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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檢이어 경제까지 흔들어…누가 부총리 돼도 같은 일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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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사직서를 직접 타이핑해 제출하고 사표를 반려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도 사퇴를 고수하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폭발한 당·정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전직 경제부총리들의 전망이다. 전직 경제수장들은 “정치가 검찰에 이어 경제관료까지 쥐고 흔들면 누가 경제부총리가 돼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와 독립적일 때 경제는 순항”
한덕수 전 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와 경제는 각기 역할이 있다”며 “정치 권력은 그런 차이를 알고 경제와 경제 전문가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역사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잘 돌아가던 때를 보면 모두 정치와 경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시절”이라며 “경제가 경제원리대로 돌아갈 수 있게 외풍을 막아주는 게 정치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부총리로 일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경제수장(2002년 4월~2003년 2월)을 지낸 전윤철 전 부총리도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정치권은 표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공직자들은 모든 사안을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정치권은 이런 공직자들의 말이 타당하면 수용해줘야 국가가 더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총리가 소외되는 것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다”며 “공직자는 누구를 대변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보고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권도 그런 점을 일정 부분 인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기획재정부 장관(2016년 1월~2017년 6월)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도 “역대 정부에서 정치권과 관료의 갈등은 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때처럼 정치권이 관료사회를 압도한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제는 일정 부분 전문가들의 영역인 만큼 정치권도 관료 사회를 존중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누가 부총리 돼도 힘들다”
전직 경제수장들은 당·정 갈등을 표출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유 전 부총리는 “여당과 정부가 싸울 수밖에 없으면 문을 닫고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과가 나오면 한목소리를 내는 게 당·정·청의 역할”이라며 “의견이 다르면 열심히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걸 밖으로 드러내면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했다.

전 전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시점에 홍 부총리가 사표를 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고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반발을 왜 이렇게 대외적으로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다만 “이전에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서로 이견을 조정했고 중간에 정책 방향이 바뀌면 변경되는 과정을 공유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면 홍 부총리가 사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공직자의 소신을 강조했다. 정책 결정 때마다 입장을 바꾼 홍 부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진 전 부총리는 “2000년대 초와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공직자의 소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눈치 보지 말고 그 길을 가야 한다”며 “이런 말을 너무 자주 해서 이제는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누가 부총리로 와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이헌재 부총리가 정치권과 갈등을 겪어 어려웠다고 하는데 결국엔 서로 존중해주면서 하고 싶은 일을 대부분 하지 않았냐”며 “현재는 정치의 힘이 너무 강해져 누가 부총리가 돼도 자기 뜻대로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전 부총리는 “역사의 대전환 시점인 이때 차기 부총리를 비롯한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호소할 건 떳떳하게 얘기하면서 당당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강진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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