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전까지도 유례 없는 대혼전 양상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칠고 혼탁해진 싸움은 선거 막바지의 세몰이나 기선 다툼 차원을 넘어섰다. 공화·민주 어느 쪽이 이기든 ‘깨끗한 승복’이라는 미국식 선거민주주의 전통까지 흔들릴 판이어서 후유증도 만만찮게 됐다.
미국 대선이 단지 미국만의 선거가 아닌 지 오래됐다. 세계 최강국을 어떤 정당의 누가 4년간 이끌게 하느냐의 중요한 선택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면적 패권경쟁이 통상과 금융, 기업과 기술을 넘어 군사·안보로 확대되면서 장기화하는 와중에 ‘코로나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향방과 역할을 좌우하는 리더십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처지에선 더욱 초미의 관심사다.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다시피 하고 식량과 에너지는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는 판에, 남북 대치의 한반도 안보 또한 미·중 중심의 ‘4강 체제’ 안에 놓여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의 핵심축인 전통의 한·미 동맹 발전 방향부터 완성단계에 이른 북한 핵무기의 가공할 위험 대처까지 모두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새 행정부 구성에 따라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마무리도 달라질 수 있다.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워싱턴발(發) ‘반덤핑 리스트’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에도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바다 건너 구경거리’일 수 없다.
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이른바 ‘샤이 트럼프’ 지지그룹을 불러내 재집권하든, 미국 대선 역사상 최고령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이기든 한국으로서는 만만찮은 시련기를 맞을 수 있다. 경제도 안보도 누가 되든 안심 못할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외교현실은 어떤가. 대미관계는 현지에 나가 있는 주미 대사가 오히려 분란을 초래하고, 외교부 장관은 여전히 존재감이 없다. 최근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예정에 없던 베트남을 방문국에 넣으면서도 한국은 제외해 ‘코리아 패싱’ 우려가 다시 불거질 정도로 한·미 관계가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외교란 상대가 있는 ‘국가생존의 게임’인데, 현 정부는 누구와 어떤 수를 두고 있는지 의문이다.
난기류가 다분한 미국 대선 흐름을 주시하면서 경제는 물론 대북·대중 정책에서 한국이 처한 국제적 좌표와 위상을 명확하게 찍어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냉철한 인식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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