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02일(09: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정유 업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비(非)정유 부문의 수익성 개선 덕분에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올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도 몰리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3조3277억원, 영업이익 3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7.2%, 77.7% 감소했지만 분기 단위로 봤을 때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2분기(132억원)에 비해 영업이익 규모도 늘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등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정유업체 중 흑자를 기록한 정유사는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중동산보다 값이 싼 멕시코산 초중질유 투입을 늘려 원가를 절감한 데다 비정유 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인 덕분이다. 혼합자일렌을 주로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은 원료 다변화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카본블랙을 생산하는 현대오씨아이와 상업용 유류 터미널인 현대오일터미널도 각각 62억원, 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유업체 중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하면서 최근 진행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도 기관투자가의 투자 수요를 무난하게 확보했다. 업황 악화로 기관투자가들이 정유 업체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9월 1300억원, 지난 10월 2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무리 없이 발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로 발행했지만 현대오일뱅크의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갖는 기관투자가들이 꽤 있었다"며 "업황이 침체돼 있지만 꾸준히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설비 경쟁력과 재무 개선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하지만 동절기를 앞두고 등유와 경유 수요가 늘면서 정제 마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또 원재료인 파라자일렌 시황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 상승과 공장 가동 축소로 카본블랙과 윤활기유 제품 마진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규 투자가 완료된 2022년 이후엔 잉여현금창출을 통한 채무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올 3분기 적자 폭(영업손실 93억원)을 줄이긴 했지만 올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올 3분기 2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석유 사업이 흑자 전환하고 배터리 사업도 적자를 줄였지만 화학 사업이 적자 전환한 탓에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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