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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내 말과 활동 하나 하나 정치적 해석 말아달라"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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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과 일, 활동 하나 하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니 조심스럽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사무실에서 열린 ‘영리해·소셜임팩트 포럼’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진정성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가 내년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의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데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그는 그가 주도해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 모임 ‘소셜임팩트 포럼’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전부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타진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마포포럼’은 김 전 부총리 초청 강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정치에 대한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유쾌한 반란’은 ‘말이 아닌 실천’을 모토로 하는 작은 비영리 법인”이라며 “사단법인 활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달 27일 다산 정약용 선생이 첫 유배 생활을 한 전남 강진 사의재(四宜齋)를 찾아 남긴 ‘다산 선생과 국가의 앞날을 생각합니다’는 글이 정계 진출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확대 해석을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사의재를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월 26일 전남 보성 벌교에서 청년 농부들을, 여수 안포 어촌에서는 어민들을 만났다. 콤바인으로 추수하고 배를 타고 그물로 전어 잡이를 했다. 이튿날엔 강진 전남생명과학고(옛 강진농고)를 방문해 농업의 미래와 혁신에 대해 얘기하고 재학생들을 격려했다. 이어 학교에서 5분 거리의 사의재를 방문했다. 다산 선생의 첫 유배지다. 주막집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가 다산의 딱한 사정을 듣고 골방을 내줬다. 다산은 골방을 사의재로 이름 붙이고 유배 기간 18년 중 첫 4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사의는 네 가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다. 생각을 맑게, 용모를 단정하게, 말은 과묵하게, 행동은 무겁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문록에 쓴 글을 두고 정계 진출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확대 해석이다. 현재 영업중인 동문매반가 주인이 기념글을 부탁해 쓴 것이다. 다산은 사의재에서 유배 생활 18년 중 첫 4년을 보냈다. 이 곳에서 경세유표 집필을 시작했다. 경세유표는 다산의 다른 저작 흠흠심서, 목민심서와 달리 국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혁을 주장한 책이다. 다산은 서문에서 ‘나라에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당장 고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 고칠 것이다’고 경고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다산의 사상은 공(公)과 염(廉)으로 압축 가능하다. 공은 공평과 공정, 염은 청렴을 의미한다. 모름지기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마음의 판(板)에 새겨야 할 귀감이다.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는 사의재에 와서 다산과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도리다. 일반 사람들 누구나 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말 한마디, 일정 하나 하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니 조심스럽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은 말이 아닌 실천을 모토로 하는 작은 비영리법인이다. 사단법인 활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유쾌한 반란 세 가지 목표는 혁신, 사회적 이동(계층 이동), 공감을 실천에 옮기는 것 등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것으로 믿는다(김 전 부총리는 이를 위해 전국을 돌며 농·어민을 대상으로 강연과 좌담회 등을 열고 있다). 소셜임팩트 포럼은 기업의 혁신을 추구한다. 영·리해 프로그램들을 통해 청년들과 공감하고 소통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단순한 사교모임 수준이 아니라 유망한 사회적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 유치까지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통한 ‘가치소비’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 작은 활동들이지만 성과를 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진정성을 봐달라.”
▶‘유쾌한 반란’을 통해 농·어민을 대상으로 강연과 좌담회 등을 열고 있는데, 대선을 겨냥한 ‘밑바닥 훑기’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전혀 아니다. 밑바닥 훑기라면 더 많이 모인, 수 백명이 모인 곳으로 가지 왜 전어잡이 배 타고 그러나. 오라는 데도 많은데….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데 대해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주기 바란다.”

다음은 김 전 부총리가 전남 동부 지역을 다녀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전남 동부 몇 곳을 갔습니다. 늘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첫 일정으로 지난 5월 우리원 농장 방문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벌교에 갔습니다. 당시 청년농부들과의 대화, 모내기를 하면서 가을 추수 때 다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봄에는 초록, 이번에는 온통 노랑의 물결이었습니다. 어느 물감으로 이런 색을 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서툴지만 낫으로 벼 베기도 하고 콤바인도 몰았습니다. 이어서 영주, 무안, 장성, 보성 등지에서 온 청년농부들과 농업혁신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봄에 이어 다시들 보니 더 두터운 정과 신뢰가 생겼습니다.

저녁에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여수 안포어촌계를 갔습니다. 120가구, 주민 312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입니다. 늦은 밤 어선을 타고 밤바다로 나갔습니다. 2시간 여 작업을 하며 요새 한창인 ‘가을 전어’를 그물로 잡았습니다. 제법 잡히는 전어를 보니 힘든 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하루 체험이니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매일같이 이 일을 하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 분들은 따뜻하고 정겨웠습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 힘든 상황과 애로를 이야기하는 언어는 참 절실해서 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강진이었습니다. 8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전남생명과학고(구 강진농고)를 방문해 교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학생들이 똑똑하고 씩씩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 좋은 인재들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할 때입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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