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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재택근무 열풍'…정부도 지원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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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재택근무 열풍'…정부도 지원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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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일본에서 재택근무 열풍이 불고 있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2년 새 세 배로 늘었다. 일본 정부도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내세워 재택근무 정착 및 확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코로나19 방역 효과는 물론 일본의 고질적인 도쿄 집중도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회사인 제국데이터뱅크가 지난 8월 일본 내 기업 1만2000곳을 조사한 결과 52.7%가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이 2018년 집계한 일본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률(19.5%)보다 새 배 가까이 늘었다. 도쿄에 있는 기업의 6월 말 재택근무 도입률은 58%로 1년 만에 33%포인트 올랐다. 재택근무하는 회사만 늘어난 게 아니라 ‘분산형’ ‘원격형’ 등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근무 방식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본사에 가본 적 없는 직원도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내년부터 약 6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지방 영업점에서 일하더라도 본사 소속으로 본사 업무를 보는 ‘원격형 근무제도’ 직종을 신설한다. 지방에 살면서 지방 영업점에서 근무하지만 본사에 소속돼 총무·인사, 보험금 지급, 보험계약 관리 등 본사 업무를 처리하는 직군이다.

핀테크 시대를 맞아 골칫거리가 된 지방의 오프라인 영업점을 위성사무실처럼 활용하면 재택근무 확대와 영업점 축소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메이지야스다의 영업점은 1159개로 손해보험(513개), 은행(474개), 증권사(126개)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컴퓨터·사무기기 제조업체 후지쓰는 7월부터 8만여 명의 전 직원(생산직 제외)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사무실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본사를 포함해 현재 120만㎡인 사무실을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대신 위성사무소 250개를 만들어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근무제도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히타치 등 대기업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같이 보수적인 은행들도 속속 재택근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채택한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근무 형태를 조금씩 진화시켜가고 있다. 거주지역 제한을 완전히 없애거나 위성사무실을 설치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장점을 조합한 형태가 많다. 도쿄 신주쿠에 본사를 둔 일러스트레이션 제작사 무겐업은 ‘원격근무제’를 도입했다. 230명의 직원이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산다. 무겐업 관계자는 “입사 면접을 포함해 단 한 번도 본사에 와본 적이 없는 직원도 있다”며 “원격근무 덕분에 우수한 크리에이터를 거주지와 관계없이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장비 대기업 NEC의 계열사인 NEC넷시스아이는 작년 10월 ‘분산형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직원이 많이 사는 수도권 7개 지역에 위성사무실을 열어 ‘사무실과 집’ 두 곳이었던 근무 장소 선택지를 여러 개로 넓혔다. 직원들은 그날그날 업무 내용에 최적화된 장소를 골라 일하면 된다.
정부도 법인세·자산세 감면 검토
일본 정부도 재택근무 확산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은 위성사무실을 운영하는 기업에 법인세와 고정자산세를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 도시에 위성사무실을 두는 기업에는 이미 보조금을 주고 있다. 도쿄도는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 약 1만 곳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또 재택근무를 정착시키기 위해 주 1회를 ‘재택근무의 날’로 지정했다.

일본 기업과 정부가 재택근무에 목을 매는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방역이다. 코로나19를 완전 박멸하려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했다. 코로나19 감염자 추적을 사실상 포기한 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도쿄에서만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 비율이 60.1%에 달하지만 시스템 미비로 더 이상의 경로 추적은 불가능하다.

올림픽도 중요한 변수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 내각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어떻게든 치른다는 방침이다. 전제조건은 확진자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확대해 인원을 분산하고 이동을 제한하면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스가 내각의 계산이다.

일본의 해묵은 과제인 도쿄 집중도를 해결할 수단이라는 점도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의 지나친 수도권 집중이 비용과 불편함의 문제라면 일본의 도쿄 집중도는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정부 산하 지진조사위원회는 도쿄에서 30년 이내에 진도 7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70%로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약 2만3000명이 사망하고 95조엔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예상이다.
‘脫도쿄’ 절호의 찬스
역대 일본 정부가 도쿄 집중도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폈는데도 지난 5월 도쿄 인구는 처음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지만 도쿄의 실질 성장률은 0.6%로 전국 평균에 그친다. 후지카와 다쿠미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동집약형 서비스업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며 “도쿄의 성장은 인구 증가에 의존해 왔다”고 했다.

초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본 경제의 핵심축인 도쿄가 추락할 것이란 전망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도쿄도의 80세 이상 인구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인구는 311만 명으로 도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수십 년 전 일자리를 찾아 도쿄에 몰려든 젊은 층이 고스란히 노년층이 된 결과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조치가 내려진 지난 2분기 고령자들이 집에 틀어박혀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자 도쿄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이 한순간에 감소하기도 했다. 도쿄 집중도를 완화하지 못하면 일본 경제가 서서히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재택근무 확산은 인구의 지방 이주를 촉진할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고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젊은 층의 46%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방 이주에 관심이 있다”고 답하는 등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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