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주들이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속속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갈아치웠다. 다만 일부 종목은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실적 발표 후 장외 4% 급락한 애플
애플은 이날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난 64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639억8000만달러를 살짝 넘어선 성적이다. 주당순이익(EPS)도 73센트로 컨센서스(71센트)를 소폭 웃돌았다.아이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6% 줄어든 264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예상치(279억3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신제품 아이폰12 출시를 앞두고 3분기 매출이 주춤했다.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은 145억5000만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충족했다.
애플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4% 넘게 하락했다. 아이폰12의 예상 매출을 포함한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못한 탓이 컸다. 미국 내 급격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망 자체가 어렵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등 아이폰12 초기 판매량은 좋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최대 분기 매출 기록했지만
아마존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7.3% 늘어난 961억5000만달러(약 109조821억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컨센서스인 927억달러보다 3.7% 높다. 이 기간 EPS는 192.4% 늘어난 12.37달러로, 컨센서스(7.41달러)를 크게 웃돌았다.4분기엔 코로나19로 인한 비용 지출이 커질 것이라고 아마존 측은 설명했다. 지난 2분기에도 개인 보호장비, 시설 방역,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20억달러의 지출이 발생했다. 아마존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1%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성장세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영향을 줬다. AWS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이 29% 늘어난 116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 해 전 매출 증가율(35%)보다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랐다. AWS는 아마존 내 매출 비중이 10%지만 이익 비중은 70%가 넘는다.
디지털 광고 수혜 톡톡히 본 구글·페북
구글과 페이스북도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광고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3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14.0% 늘어난 461억7000만달러(약 52조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컨센서스(427억6000만달러)를 7.9% 웃돈 호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460억8000만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이다. 3분기 EPS는 62.06% 늘어난 16.40달러로, 컨센서스(11.28달러)를 45.3%나 웃돌았다.유튜브 광고 매출이 3분기 50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망치(43억9000만달러)보다 14.8% 높았다. 알파벳은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8%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대형 기술주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페이스북도 3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1.6% 늘어난 214억7000만달러(약 24조3577억원)를 기록했다. 컨센서스(197억5000만달러)를 8.7% 웃돈 호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210억8000만달러)을 갈아치우며 사상 최대 분
기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EPS는 27.8% 증가한 주당 2.71달러를 기록했다. 컨센서스(1.89달러)보다 43.3% 높다. 하루 사용자 수(18억2000만 명)와 월간 사용자 수(27억4000만 명) 모두 전망치에 부합했다. 디지털 광고 매출은 연말 광고 수요 급증에 힘입어 4분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페이스북은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급격한 디지털 광고 시장 확대에 따른 반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19 효과로 디지털 광고 수요가 늘었지만 내년도에는 기저효과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가까이 빠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