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서서히 주요 정책 방향을 민생으로 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로비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 국정감사에서 야심차게 물고 늘어진 정치 현안들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 본청에서 ‘특수형태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노동 관계법 제·개정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소장이 주관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은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50만 명에 이르는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며 “이런 다양한 고용 형태를 반영할 새로운 노동관계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동 개혁의 초점이 ‘귀족 노조’에서 택배 노동자 등 ‘노동 약자’ 보호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 국감 때 화력을 집중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로비 의혹이나 추 장관 아들의 군 미복귀 의혹 사건 등이 당 지지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등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 개편안도 ‘철 지난 개혁론’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내부적으로 ‘정쟁’ 대신 ‘먹고사는 문제’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들어 수도권 전세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민생 위주의 정책 전환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자신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에 대해 지난 29일 “무슨 근거로 자신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도 정부의 공시지가 인상 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날 원내대책 회의에서 “정책의 목표가 시장 안정이 아니라 ‘꼼수 증세’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며 “민생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