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사태 관련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 논의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라임사태에 책임이 있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증권사들은 CEO 제재는 과도하다며 맞서고 있다.
금감원은 29일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을 상대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금감원 제재심은 금융위원회가 제재 조치를 최종 확정짓기 전 감독당국 차원의 조치건의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서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기관경고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보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전·현직 CEO에 대해서도 문책경고와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KB증권과 신한금투의 경우 펀드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것을 넘어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통해 라임의 펀드 사기를 도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신한금투는 9022억원, KB증권은 4540억원의 TRS 대출을 라임에 제공했다. 당국 관계자는 “라임의 펀드 사기를 국내외로 나눠 보면 KB증권이 코스닥시장 상장사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위주의 국내판을, 신한금투는 무역금융펀드 등 해외판을 이끌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CEO 징계안에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와 마찬가지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규정(제24조)을 적용했다. 라임의 사기 행각에 증권사들이 가담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내부 통제 최고책임자인 CEO에 대한 제재는 당연하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반면 증권업계는 “금감원이 지배구조법상 내부 통제 규정을 적용해 CEO를 중징계하는 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이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선보상안을 이미 마련했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결정을 따르기로 한 상황에서 중징계는 과도한 처사라는 의견도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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