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사진)이 2018년 일본 키옥시아에 투자한 약 4조원을 당분간 회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장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의 날’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키옥시아에 투자한 건 단기적인 성과를 노렸다기보단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협력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며 “올해 기업공개(IPO)가 연기된 만큼 전략적 가치를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키옥시아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해 3950억엔(약 4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시장에선 인텔 낸드플래시·SSD(데이터저장장치) 인수자금(90억달러, 약 10조20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SSD 사업부문 인수 이유로 ‘솔루션 역량 강화’를 꼽았다. 그는 “128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낸드 단품을 만드는 건 진전이 있었지만 솔루션 쪽 역량은 추가로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기업용 SSD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갖추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과 SK하이닉스의 낸드 개발 기술 차이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시장에선 인텔이 구식으로 평가되는 ‘플로팅게이트’ 방식으로 낸드를 만들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장은 “플로팅게이트는 저장용량이 큰 QLC(Quad Level Cell) 제품 등을 만드는 데 장점이 있고,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며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제품, 인텔은 서버용 제품에 강한 만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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