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아내와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42)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이 청구한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21일 오후 8시56분에서 이튿날 오전 1시35분 사이 관악구 봉천동 소재 자신의 집에서 아내 A(41)씨와 아들 B(6)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도구와 목격자, 폐쇄회로(CC)TV 영상이 없었지만 검찰은 남편이자 아버지인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사망 추정시간 당시 집에 있었던 사람은 조씨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법정에서는 피해자들의 위 속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사건 당일 스파게티를 먹은 피해자들의 위에서는 토마토와 양파 등이 나왔는데 이를 통해 법의학자들은 식사 후 6시간 이내, 최소 4시간 이내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 시간에 조씨가 집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오후 8시에 밥을 다 먹었는데 조씨가 떠났던 다음달 오전 1시30분까지 5시간30분이 흐를 동안에도 피해자들의 위는 비워지지 않았다"며 "조씨가 집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조씨가 사건 발생 며칠 전 아내의 죽음을 다룬 스릴러 영화 '진범'을 내려받아 시청하고 경찰의 수사기법 등이 담긴 예능 '도시경찰'을 시청한 점도 수상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조씨가 이 사건 범인이 맞다"며 "1심도 모든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생각해 검찰의 양형 부당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조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검찰은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