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병이다. 한국은 한 해 암 환자 발생 수가 23만여 명에 달한다. 인구 열 명 중 세 명 이상이 일생 한 번 이상 암에 걸릴 정도로 우리와 밀접한 질병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 항암제도 15~20%의 암 환자에게만 효과를 보이는 등 암 치료법의 한계도 명확하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제약사와 바이오 관련 기업이 혁신적인 항암제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항암 신약개발업체 진메디신은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25년간 연구를 수행하며 210여 편의 논문과 146종의 특허를 낸 윤채옥 대표(사진)가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다양한 종류의 내성암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준비 중인 항암 바이러스 GM101을 비롯해 췌장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준비 중인 GM102, 전이성 간암 및 폐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준비 중인 GM103 등을 보유한 항암 바이러스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 중 하나이다.
항암 바이러스 등을 활용한 유전자 암 치료는 차세대 항암제 분야로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암세포 살상 능력과 체내 항암 면역반응 유도 특성을 동시에 보유한 바이러스의 특징을 활용해 복잡한 발암 기전으로 인한 항암 치료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판 중이거나 개발 중인 항암 바이러스들은 아직 암세포에 대한 선택적 공격 능력을 비롯해 암 재발 또는 전이에 대한 억제 효과, 종양에 대한 효과적인 바이러스 전달, 종양 내에서의 항암 바이러스 확산 측면 등에서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진메디신은 독자적인 유전공학기술을 통해 설계·제작된 암 바이러스로 이런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항암 바이러스는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되는 게 특징이다. 또한 다양한 치료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해 목표 암의 특성에 걸맞은 복합적인 항암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항암 바이러스가 체내 어디에서나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적인 나노기술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이런 신약을 개발 중이다. 기존 치료법인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법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암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항암 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미국, 유럽에서 임상 2상이 완료되면 조건부 신약승인을 통한 조기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진메디신은 GM101의 2024년 신약승인 획득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GM102, GM103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임상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CDMO(의약품위탁생산) 기업인 중국 우시 ATU와 협약을 맺고 현재 GMP(우수생산실규정) 공정개발과 생산을 공동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자체 신약 GMP 생산시설을 마련해 본격적인 글로벌 신약 사업 진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진메디신은 사업개발, 연구개발, 특허, 임상·허가, 공정·분석 분야 40여 명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학자문위원으로는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대표적이다. 랭거 교수는 2018년 미국 생명공학 기업 가운데 최대인 6억2100만달러(약 8100억원)을 IPO를 통해 조달한 모더나의 설립자다. 한국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인 ‘팩티브’ 개발을 주도한 추연성 박사, 유전자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노리유키 가사하라 미국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 등도 사업을 돕고 있다.
윤 대표는 “혁신적인 항암 바이러스 신약 개발을 통해 치료 방법이 없었던 난치성 암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고 싶다”며 “GMP 생산시설 구축과 기술수출 등의 사업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른 시일 내 첨단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고 전문 인력의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