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친구들처럼 게임을 즐기거나 뛰어놀 순 없었죠. 하지만 제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전설적인 명반을 들으면 ‘나도 저렇게 치고 싶다’란 열망이 커지거든요.”
덥수룩한 머리에 느릿한 말투. 겉모습은 평범한 남학생이었는데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눈빛이 달라졌다. 지난 22일 서울 신촌동 금호아트홀연세 연습실에서 만난 열여섯 살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은 “매일 6시간씩 악보를 분석하고 피아노를 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박성용영재특별상’을 받은 자격으로 29일 이곳에서 독주회를 연다. 임윤찬은 19개국 154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특별상뿐 아니라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부분 20대가 출전한 대회에서 유일한 중학생 참가자가 차지한 1위여서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임윤찬은 열 살 때인 2014년 러시아 거장 예브게니 키신의 내한 공연을 보고선 피아니스트의 꿈을 불태웠다고 했다. “관객들은 보통 연주자의 기교에 반하거나 작품 자체에 감동받아요. 그런데 키신은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전했어요. 감격에 벅차 기절할 것 같았죠.”
그는 2018년 미국 클리블랜드 청소년 국제콩쿠르에서 2위, 미국 쿠퍼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3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서 손민수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14번 ‘월광’, 리스트 연작곡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를 연주한다.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창 고통받을 때 리스트의 ‘이탈리아’를 쳤어요. 이 중 소네트 3곡(페르라르카 소네트 47·104·123번)의 선율이 위로가 됐어요. 제가 연주하며 느낀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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