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3일 국회에서 “지금과 같은 경제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가계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가계 디폴트 우려가 커졌다”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자산시장에 거품이 존재하느냐”는 서 의원의 질문에는 “자산 버블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대해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2%대 중반으로 추정한 잠재성장률이 현재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06~2010년 4.1%, 2011~2015년 3.2%, 2016~2020년 2.7%, 2019~2020년 2.5%로 장기 하락세를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져 노동 투입이 감소하고 기업 투자가 위축돼 자본의 성장 기여도가 하락하면서 잠재성장률이 추가 하락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 총재도 이런 분석에 동의한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이기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달러화 약세, 위안화 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한은 본관의 정초석(머릿돌)에 새겨진 ‘정초(定礎)’ 글씨가 을사늑약 체결을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라고 문화재청이 확인한 만큼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문화재청, 서울시와 충분히 검토해 이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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