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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 행사한 秋
법무부는 19일 추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윤 총장 가족 사건 등과 관련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고, 관련 수사팀에 수사의 전권을 쥐어준 것이 골자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며, 헌정 사상 세 번째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이기도 하다.추 장관은 이날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있다”며 5개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의 관여를 금지시켰다. 먼저 라임 관련 검사·정치인들의 비위 및 사건 은폐 의혹이다. 이는 지난 16일 라임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구속)의 ‘옥중 폭로’에서 시작됐다. 그는 현직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으며, 현 수사팀이 야권 정치인들의 비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18일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이 ‘중상모략’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말을 바탕으로 윤 총장을 19일 수사지휘에서 배제했다. 추 장관은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수사관을 관련 수사와 공판팀에서 뺄 것도 지시했다.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윤 총장 가족들이 연루된 사건도 열거했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주)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씨와 윤 총장의 장모 김모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 개설 의혹 등도 있다. 윤 총장 인사청문회 때 논란이 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도 불려 나왔다. 윤 전 서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소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친형이다.
野 “법치주의 역사 오점으로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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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의 가족 의혹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선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대검은 “애초부터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 개입하거나 보고를 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오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작심 발언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이날 수사지휘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명숙 재조사’ ‘채널A 강요 미수 의혹’에 이어 이번 의혹까지 모두 재소자의 폭로에서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신빙성이 부족한 재소자의 의혹 제기만으로 장관이 수사 과정에 개입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권한을 부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무리한 논란 속에서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한 것처럼, 윤 총장 가족도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년 전 윤 총장의 가족을 들고나온 것은 ‘윤석열 찍어내기’ 의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진실을 덮기 위해 범죄자의 증언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권력마저 사유화한 행태”라고 평가했다. 반면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법적 권리 행사”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