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사진)이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17일로 100일째가 된 가운데 연말부터 본격적인 ‘선거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자칫 민생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사상 초유의 최장기 시장 궐위 상태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데다 내년 예산안 확정, 수도권 주택 공급, 대중교통 적자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 권한대행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선거 앞두고 줄서기는 안 된다”며 “시정 챙기기에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실·국장들과의 오찬자리에서도 “공무원은 정치인이 아니다. 원칙대로 업무에 임하라”고 수차례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권한대행이 조직기강 잡기에 나선 것은 연말부터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7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는 12월 8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정치권에서는 “2022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한꺼번에 있어 내년부터 ‘선거 모드’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권한대행 체제는 내년 보궐선거로 새 시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약 10개월간 지속된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중도 하차 이후엔 권한대행 체제가 2개월만 이어졌다. 지금처럼 오랫동안 시장 궐위가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당초 우려보다 공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시는 ‘1000만 시민 멈춤기간’ ‘시 공무원 8만 명 이동 자제령’ 등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고비를 넘겼다. 갈등이 깊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나 강남 개발이익을 강북에 투입하는 공공기여금 광역화를 법제화했다는 점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로 꼽힌다. 실·국장 책임제를 도입하며 권한을 분산하고 의견 조율이 필요한 곳에는 빠른 판단을 내려주는 서 권한대행의 ‘수평적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선출직 시장에 비해 권한대행은 대(對)의회, 대정부 영향력이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초 서울시의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경기침체로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지방채 발행 한도는 턱 밑까지 차 있다. 올해 예산은 39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내년엔 이 규모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정부와의 실타래도 풀어야 한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국세 지원을 요청했다. 시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공공와이파이 확대 방안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갈등을 해소해야 추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수도권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시 내부에서 세밀한 조율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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