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14일(05: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입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 관계자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고차 계열사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AJ그룹은 물론이고 투자를 집행해 놓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현대차 진입이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대기업 진입으로 든든한 투자 회수처가 열렸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주요 PEF 운용사가 보유한 주요 중고차 관련 포트폴리오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앤컴퍼니의 ‘케이카'와 VIG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오토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AJ셀카도 중고차 플랫폼과 함께 오프라인 경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차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다. SK그룹은 2018년 SK엔카(현 케이카)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선 글로비스가 일부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캐피탈이 중고차 플랫폼 운영 및 컨설팅·차량 리스 등 연관 사업을 갖고 있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이 전격적으로 M&A 시장에 진입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단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는 M&A를 검토할 것이란 시각과 동시에 기존 신차 판매망 등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점진적인 진입을 시도할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물밑에서 AJ렌터카를 인수해 모빌리티 분야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렌터카, 차량공유(카셰어링) 등 연관된 모빌리티 분야 확장에 다시 나설 경우 보유 차량을 적정 가치에 처분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을 통해 직접적인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 업계에선 내연기관 이후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 될 경우 배터리 등 기존 부품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중고차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신차 판매와 중고차 유통이 외견상 상충되는 결정인 만큼 M&A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기엔 기존 판매 대리점 등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진입 문호가 열릴 경우 시장 재편을 위한 M&A는 보다 활발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는 대기업들의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험이 있는 SK그룹을 비롯해 렌터카와 카셰어링 사업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 등도 진입 가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기업집단이 진출할 경우 강력한 구매력을 발휘해 대량으로 차를 싸게 취득하고 추후 중고차 시장에 적정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창구가 새롭게 열린다"며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SK그룹도 SK렌터카에 이어 AJ렌터카 인수, 2대주주로 투자한 쏘카 등을 통해 차량 확보 측면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후 스피드메이트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정비·관리하고, 추후 중고차 사업에 나서 적정 가격에 매각하면 부가가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렌터카 업체들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 진입해 있는 PEF 입장에선 대기업 진입이 허용될 경우 규제 공백을 활용한 재매각으로 단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반면 유사 매물을 인수해 규모를 더 키워 중장기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AJ셀카도 규제 변화 여부에 따라 희망 가격을 높이거나 시장 재편 기회를 살펴 매각 절차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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