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노동 관련 법안들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퇴직자에게도 노조 임원 자격을 열어주고 생산 시설 등에 대한 점거 쟁의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제계의 우려를 듣겠다”고 말한 것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안 의원의 법안은 지난 6월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과 비교해 노조에 대폭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의원은 퇴직자도 노조 임원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 임원·대의원 등 간부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 선출하도록 한 정부안의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안 의원은 노동조합 임원 자격을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의원의 법안에서는 사업장 시설 점거 형태의 쟁의를 금지하는 조항도 삭제됐다.
안 의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인권의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법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ILO 협약 비준 내용을 담은 교원노조법과 공무원 노조법도 각각 같은 당 윤미향, 윤준병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윤미향 의원이 낸 교원노조법에는 교원노조법의 적용 범위를 재직 교원뿐 아니라 교원으로 임용돼 근무했던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교원노조 전임자 인정을 허가가 아닌 동의 사항으로 수정해 노조 전임 발령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 교원 또는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삭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ILO 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조의 입장을 대폭 반영한 법안을 잇따라 내면서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이 대표의 행보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조 관련법 정부안에 경제계가 난색을 표하는데 오히려 여당 의원들은 더욱 노조 편향적인 법안을 냈다”며 “안 그래도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법 개악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지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