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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높은 기업끼리 M&A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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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독자들은 지난여름 어떤 아이스크림을 가장 즐겨 먹었는지. 아이스크림 시장은 롯데, 빙그레, 해태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다. 그런데 조만간 해태가 만들던 ‘부라보콘’ ‘누가바’ ‘쌍쌍바’ ‘탱크보이’ 등이 모두 빙그레 이름을 달고 나오게 된다. 해태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빙그레가 인수합병(M&A)하게 돼서다.

두 회사가 M&A 계약을 맺은 것은 올 3월. 하지만 거래가 최종 성사된 것은 지난달 29일로 볼 수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왜 하는 걸까
M&A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 낮은 업체가 자연스레 정리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경쟁사끼리 합쳐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독과점을 유발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을 비롯한 70여 개국은 ‘기업결합 심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M&A를 할 때 당국의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국내에서는 인수기업의 자산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 피인수기업의 자산 또는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거나 그 반대인 경우 공정위에 신고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의 시장점유율과 집중도를 검토해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기업결합을 승인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조건부로 M&A를 허용하거나 아예 금지할 수도 있다. 2005년 맥주업계 1위 하이트가 소주업계 1위 진로를 인수할 때 공정위는 “향후 5년 동안 가격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상 올리지 말라”는 등의 조건을 달아 허용했다. 2016년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다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M&A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빙그레와 해태의 점유율을 합치면 40.7%에 이른다. 다만 기존 1위 업체인 롯데의 점유율도 44.1%로 높기 때문에 공정위는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빅딜’ 성패 가르는 중대 변수로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M&A가 활발해지면서 기업결합 심사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424건으로, 반기(半期)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요즘 업계의 관심이 뜨거운 또 다른 기업결합 심사 사례로 ‘배달의민족’ M&A를 꼽을 수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을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배달 앱 시장의 99%를 이들 세 앱이 차지해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아직 심사를 마치지 못했는데, 늦어도 올해 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의 M&A는 여러 진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특정 국가에서 제동이 걸리면 거래가 엎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2016년 미국 퀄컴은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는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 계약을 맺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모두 승인했으나 중국이 끝내 승인해주지 않았다. 결국 퀄컴은 2년 후 위약금을 내고 NXP 인수를 포기했다.

대형 M&A일수록 기업결합 심사가 거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시도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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