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4일 13:5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3분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두산그룹, 한진그룹 등 대기업발 구조조정 매물이 자문사들의 순위를 좌지우지했다. 친환경 사업이 각광받는 움직임 속에서 EMC홀딩스, ESG그룹 등 폐기물업체의 인수전도 관전포인트였다.
재무자문 부문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물 만난 고기처럼 주요 구조조정 딜을 다 따낸 데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SK바이오랜드 매각 등 구조조정이 아닌 일반 M&A 분야에서도 고르게 실적을 올리면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3분기에 있었던 대형 딜 중에서 CS의 이름이 오르지 않은 딜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법률자문 부문에서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두산그룹 딜을 비롯해 조(兆) 단위 거래를 대부분 놓치지 않으면서 왕좌를 지켰다. 회계실사 부문에서는 삼정KPMG가 딜로이트안진, 삼일PwC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주식발행시장(ECM) 분야에선 NH투자증권이 상반기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에서는 작년까지 7년간 1위 자리를 지켜 온 KB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도 압도적인 선두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M&A 재무자문 '왕의 귀환'... CS 1위
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와 공동으로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기업 M&A 자문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는 M&A 전략을 총괄적으로 세우고 딜을 주도하는 재무자문 부문에서 발표 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7건, 3조7241억원의 실적을 거둬 1위를 차지했다.
CS는 올해 상반기까지 SK네트웍스의 주유소사업부 매각 거래(1조3321억원) 1건 외에 별다른 자문실적을 올리지 못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3분기에 단숨에 6건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1등 자문사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두산그룹의 벤처캐피털(VC) 네오플럭스 매각에서 신한지주 측 인수자문, (주)두산의 모트롤BG 매각자문, 두산솔루스의 인수자문 등을 담당해 거래를 성공시켰다. 대한항공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놓은 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부(9906억원) 자문까지 순조롭게 완료했다.
SK그룹이 갖고 있던 천연 화장품 원료 생산업체 SK바이오랜드의 매각자문사로서 현대백화점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켰으며, 칼라일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의류 OEM 업체 약진통상을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넘긴 거래도 CS가 담당했다.
2위는 상반기 최대 매물이었던 푸르덴셜생명(2조2650억원)의 인수자인 KB금융지주를 자문한 JP모간이 차지했다. JP모간은 푸르덴셜생명 외에도 코엔텍, 매그나칩 파운드리 등 총3건, 3조2975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했다. 3위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JP모간과 함께 모회사인 KB금융을 자문한 KB증권이 총3건, 2조8620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하며 이름을 올렸다. 푸르덴셜 생명 매각을 주관한 골드만삭스는 4위에 올랐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매각자문을 차곡차곡 성공시키며 5위권 안에 진입했다. 산업·의료용 폐기물업체인 ESG그룹 매각(8750억원)과 3분기 빅딜로 꼽힌 환경폐기물업체 EMC홀딩스 매각(1조500억원) 등 총 3건, 1조9702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공시켰다.
법률자문 1위 김앤장... 회계자문은 삼정KPMG
김앤장법률사무소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총 46건, 14조726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왕좌를 지켰다. 김앤장은 상반기에 푸르덴셜생명 거래,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사업부 거래 등을 성사시킨 데 이어, 3분기 빅딜이었던 EMC홀딩스 거래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LCD모듈제조법인 지분 매각 거래(1조2805억원)에서 매도자 측을 자문해 성공시켰다. 또한 과거부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참여했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역시 두산모트롤BG(45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등 두산그룹발 구조조정 매물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자문했다.
회계실사 분야에서는 총 29건, 6조8869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킨 삼정KPMG가 1위의 영광을 되찾았다. EMC홀딩스 거래에서 인수자 측인 SK건설을,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 사업부 거래에서는 매각자 측을 자문했다. ESG그룹 거래에서는 매각자인 PEF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인수자인 KKR 양측의 회계실사를 모두 담당했다.
1분기에는 크게 부진했던 딜로이트안진이 2~3분기에 주요 딜을 잇달아 자문하며 2위 자리까지 치고 올랐다. 가장 덩치가 큰 삼일PwC는 자문 건수는 많았으나 규모가 큰 딜 몇 개를 놓치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1위 경쟁 치열해진 ECM...NH·한투 접전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등 ECM 분야에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 이어 1위를 유지했지만 3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하며 2위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가 줄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조3608억원(16건)의 ECM 대표 주관 실적을 쌓았다. 3분기에도 대한항공과 CJ CGV 유상증자, 코람코에너지리츠와 와이팜 IPO 등의 대표 주관을 맡았다. 지난 2분기에 SK바이오팜 상장을 공동 대표 주관하며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뒤 3분기에도 유상증자와 IPO에서 고루 실적을 쌓았다.
한국투자증권은 1조1104억원(13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보다 한 단계 올랐다. 1위 NH투자증권과의 격차를 상반기 말 4026억원에서 3분기 말 2504억으로 줄였다. 3분기에 대형 IPO인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삼성증권과 함께 대표 주관한 덕분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유상증자를 대표 주관하고, 더네이쳐홀딩스와 솔트룩스 등을 증시에 상장시켰다.
그 외에도 리그 테이블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상반기 2위였던 씨티글로벌마켓증권(3117억원·1건)은 7위로 밀려났다. SK바이오팜 IPO 이후 실적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KB증권(9895억원·15건)은 4위에서 3위로 올랐다. KB증권은 3분기에 제이알글로벌리츠 IPO를 대표 주관했다. 대한항공과 엘앤에프, 진원생명과학 등의 유상증자도 맡았다. 3분기에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ECM 실적을 추가했다.
4위는 미래에셋대우(79991억원·16건), 5위는 유진투자증권(5369억원·7건)이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대형 거래는 없었지만 3분기에만 10건의 중소형 IPO를 대표 주관했다.
3분기까지 IPO 대표 주관 실적만 보면 NH투자증권이 6047억원(10건)으로 1위, 미래에셋대우가 4792억원(13건)으로 2위, KB증권이 3931억원(5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4위와 5위는 각각 한국투자증권(3770억원·7건)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3118억원·1건)이다.
4분기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IPO, 두산중공업과 헬릭스미스, 메디톡스 유상증자 등이 있다. 대형 거래가 많아 ECM 분야 순위는 또 한 차례 바뀔 전망이다.
KB證, 8년 연속 DCM 1위 눈앞에
2013년부터 작년까지 채권발행시장(DCM) 선두를 지킨 KB증권은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4분기에 특별한 변동이 없다면 8년 연속 1위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KB증권은 올 1~9월 총 487건, 20조2250억원어치 채권(은행채·특수채 제외) 발행을 대표로 주관해 22.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반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부문 1위,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 2위를 차지하며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3분기 에쓰오일(4200억원) 현대건설(4100억원)과 LG유플러스(3000억원) 등 굵직한 회사채 발행에 대부분 참여했다.
NH투자증권은 346건, 16조6718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주관해 KB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증권사는 KB증권과 함께 주관을 맡은 현대건설과 LG유플러스 비롯해 SK이노베이션(4000억원)과 한온시스템(3000억원) 등의 채권 발행을 맡아 실적을 쌓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84건, 11조7948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주관해 3위에 올랐다. SK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SK증권은 그룹 계열사들의 채권 발행을 꾸준히 맡으며 총 266건, 7조7117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미래에셋대우(164건, 5조8721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8조6419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데 비해 실적이 줄어들었다.
김리안/임근호/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