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의문과 혼란이 3일(현지시간) 내내 이어졌다. 급기야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동영상을 통해 “몸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고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측근들의 발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심했고 아직 완쾌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향후 48시간이 고비”라고 했다.
이날 혼선은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월터리드 군병원 의료진의 오전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콘리는 “대통령은 오늘 아침 상태가 아주 좋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열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지금과 어제, 의료진과 함께 여기 있었을 때 대통령은 산소호흡기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선 산소호흡기를 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이 전날(2일) 백악관에서 호흡에 문제가 있었고 (혈중) 산소수치가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뉴저지주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한 뒤 그날 저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일 밤 12시가 조금 넘어 이 사실을 트윗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콘리의 설명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0일 오전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사실을 알고도 대선 캠페인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회견에 배석한 다른 의료진도 트럼프 대통령이 48시간 전쯤, 즉 2일에 임상 진행 중인 항체 치료제를 투여받았다고 했다. 이 치료제는 미국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이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초기 질환자의 증세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막는 약으로 현재 임상3상 중이다. 안전성과 효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약을 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심각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논란이 커지자 콘리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셋째날’ 대신 ‘72시간’, ‘이틀째’ 대신 ‘48시간’이라고 잘못 표현했다고 말을 바꿨다.
메도스 실장의 발언도 혼란을 키웠다. 메도스는 콘리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 징후(바이털사인)가 지난 24시간 동안 아주 우려스러웠고 향후 48시간이 치료의 고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완쾌를 위한 분명한 경로에 들어선 건 아니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메도스도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은 상태가 아주 좋다”며 “의료진은 그의 활력 징후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메도스의 최초 발언에 화를 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후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나는 괜찮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엔 다시 4분짜리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여기(군병원)에 왔을 때 몸이 안좋았지만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며 곧 복귀해 선거운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향후 며칠이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해 완쾌까지 고비가 남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영상을 올린 뒤 주치의 콘리는 백악관 대변인에게 보낸 문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저녁 합병증 없이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두 번째 투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건 아니지만 의료진은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