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3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싱가포르가 지난해에 이어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지난해보다 2계단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좋은 소식”이라며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쟁력 평가가 대개 그렇듯이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명암이 교차한다. 경쟁력 분석의 의미를 제대로 찾으려면 좋은 지표만 볼 게 아니라 열악한 지표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지식(10위), 기술(12위), 미래준비도(3위) 등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졌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취약한 부분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옥죄고 있는 규제 프레임(26위)이 그렇다. 중국(18위)보다 낮다. 지난 5년간 추이를 봐도 한국의 규제 경쟁력은 26~28위권을 맴돌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을 강조했지만 기업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규제 평가부문을 구성하는 하위 지표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한국은 기술 개발·적용 44위, 이민법 39위, 지식재산권 38위였다. 특히 기술 개발·적용에 관련한 법·제도에서 경쟁국에 크게 뒤처진다는 것은 한국이 디지털 신기술 속도경쟁에서 그만큼 불리하다는 얘기다. 승차공유, 원격의료, 플랫폼 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과 금융서비스(49위), 벤처캐피털(41위) 등 자본투자 경쟁력이 밀리는 것도 규제와 관련성이 높다.
규제 시스템을 선진화하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정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한껏 고무된 ‘미래준비도’ 역시 안심할 수 없다. 기업이 규제로 인해 제때 기회를 잡거나 위험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부정적 평가로 바뀔 수도 있다.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이 세계 8위라는 IMD 평가가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재정과 정책금융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디지털 뉴딜의 성공은 민간투자를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기업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디지털 전환 등 신규 투자에 과감히 나설 수 있게 정부는 규제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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