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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사러 갔다가 바보 됐어요"…다운계약, 안 잡나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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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에 살고 있는 박모씨는 얼마전 아파트 분양권을 알아보러 수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실제 나와 있는 분양권 매물 가격이 인터넷에서 실거래됐다는 가격과 1억원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박씨가 공인중개사로부터 권유받은 분양권 매물은 대부분 '다운계약'을 원하고 있었다.

박씨는 부동산 불법거래를 단속한다는 최근 뉴스를 떠올렸지만 되레 한소리를 들었다. 그는 "불법 거래 아니냐고 공인중개사에게 되물었더니 '그런 얘기 할거면 나가시라'는 말을 들었다"며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겠다는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말이 되냐"며 흥분했다. 그는 "대체 다운계약 단속을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도자 "세금 부담 덜어"…매수자 "실거래가 보다 싸다"
전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대출까지 조여든 경기도 수원에서는 분양권 다운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팔달구의 M아파트의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달 23건이 매매됐다. 이 중 최고가는 9억9480만원이었지만, 최저가는 6억6080만원이다. 두 건의 가격차이가 3억3400만원이나 벌어진다.

신고된 분양권 가격대는 7억2000만~7억4000만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약 6억5000만원)를 감안하면 웃돈은 얼마인게 될까? 현지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이 다운계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7억2000만원에 실거래를 하고 매도자에게 따로 1억원가량을 얹어주는 식이다. 그래도 매수자는 8억원 초중반대면 분양권을 살 수 있다. 투명하게(?) 거래가 가능한 매매가 보다 1억원 이상 싼값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최근 반전상황을 맞았다. 은행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올 것 같아 혹시나 분양권 거래가격을 모바일로 찾아봤다. 거래는 많았지만 웃돈이 크지 않자 모바일 하단에 있는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 공인중개사는 이씨에게 실거래가 나와있는 가격보다 2억2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 시세가 이정도로 올랐는지 몰랐다"며 "분양권을 팔아볼까 하다가 이제는 맘 편하게 보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의전화를 한번 한 이후로 공인중개사들의 빗발치는 전화에는 불만을 나타냈다. 이씨는 "안 팔겠다는데 계속 전화가 오고, P(프리미엄)를 따로 챙겨줄테니 다운계약을 하자고 권유받고 있다"며 "혼자 맘고생하다가 전화 한 통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씁쓸해했다.
매도자 우위시장에 솜방망이 처벌…매수자,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
수도권 분양권 시장이 '다운계약' 몸살을 앓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관련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나마 있는 분양권을 두고 눈속임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찌감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서울을 제외하고 경기도와 인천 등지에서 전매가 가능한 분양권은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앞서의 두 경우처럼 인터넷이나 부동산 관련앱에는 대부분 '다운거래'된 거래가가 게시되어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매수자는 '싼 집'을 원하고 매도자는 '낮은 세금'을 원하는 초점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도 한 술 더 떠 "세금보다 다운계약이 낫다"며 권하고 있다. 문제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보니 매수자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다운계약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수자는 넘쳐난다. 주변 지역이나 서울에서 집값 및 전셋값 상승으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분양권 매수자로 나서고 있다. 내년부터 매수하는 분양권은 주택으로 산정된다. 이를 감안해 연내 사고 싶어한다. 분양권과 매도자는 적다. 매도자들은 다주택자나 대출여력이 적은 수분양자들 정도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는 지난해부터 다운거래로 들끓었던 곳이다.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곳은 검단금호어울림센트럴, 검단호반써밋 1차, 검단유승한내들 에듀파크 등 3개 단지 뿐이었다. 그런데 인천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검단신도시에 개발호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분양권 몸값은 더 치솟았다. 검단에는 역세권 개발사업인 넥스트콤플렉스 사업자로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발표됐다.

검단신도시 초창기에 분양됐던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1년이었다. 그러다가 정부규제로 후속 분양된 아파트들은 전매기간이 대폭 강화됐다. 2018년 12월11일부터 비조정지역 공공택지의 전매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됐기 때문이다.
"90% 이상이 다운거래…정상거래가 '업계약'인 셈"
인천 서구청은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라 분양권 불법 다운계약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 의심 거래 해당자들에게 통장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택지지구가 대거 조성돼 인천과 사정이 비슷한 경기도 시흥시도 지난달부터 특별조사에 들어갔다. 실제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 신고하는 '다운계약' 의심 사례, 시민들의 불법 거래 의심 제보, 부동산 매입자금 허위 조달계획서 의심 사례 등이 단속대상이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A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오르면서 분양권 시장은 매도자 우위가 됐다"며 "팔 사람이 다운계약으로 하겠다는데 거부할 매수자가 어디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90% 이상이 다운계약이고 일부만 실거래가로 신고된다"며 "100명 중에 90명이 비슷한 가격에 거래했다면, (실거래더라도) 10명의 거래가격이 반대로 '업계약'인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처벌도 다운계약으로 얻는 이익보다 가벼운 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다운거래를 적발해도 부동산 취득가격의 일정부분에 해당되는 과태료를 물리는 정도다. 다운거래가 세무서 조사나 부동산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매수 대기자들 사이에서는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분양권은 양도세를 결정하는 주택 수로 산정되지 않지만, 내년 1월 이후에 취득하는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이 된다. 시한이 정해져있다보니 '다운계약'와 '거품가격'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토끼몰이식 규제에 시장가격이 뒤틀리고 왜곡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분양권을 결국 포기한 박 씨 또한 "실거래라고 부르는 9억원대 거래가도 너무 비싸고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운거래를 하자니 양심에 걸리고, 실거래로 하자니 돈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고, 내년 1월1일 이후 새로 취득하는 분양권부터 주택 수에 포함된다. 1세대 1주택자가 내년에 분양권을 취득하는 경우 1세대 2주택이 된다는 얘기다. 다만 정부는 2주택에 해당하나 현재 조합원 입주권에 적용되는 일시적 2주택(1주택+1조합원입주권) 비과세와 유사한 특례를 분양권(1주택+1분양권)에도 예외적으로 적용토록 시행령에 규정할 예정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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