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다. 북미 최대 가전매장인 베스트바이가 휴점하기로 결정하자 이런 우려는 더 커졌다. 베스트바이는 삼성과 LG의 북미시장 최대 판매망이기도 하다. 가전업계에서는 "이러다 매출이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두 업체가 받아든 성적표는 예상 밖의 결과였다. 올해들어 북미 시장에서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모두 높아졌다. 지난 7월 노동절 기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코로나19 전인 지난해보다 매출 90% 가량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가전업계와 유통업계에서는 '보피스(BOPIS)' '로피스(ROPIS)' '코드(COD)' 덕에 이들 기업 가전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설명한다. 보피스는 'Buy Online Pickup In Store'의 줄임말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뒤 매장에서 가져가는 구매 방식이다. 결제까지 온라인에서 마치고 매장에서는 마치 드라이브 스루처럼 물건만 찾아가면 된다. 로피스는 'Reserve Online Pickup In Store'의 준말이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예약한 뒤 매장에 가서 실물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결제해 가져가면 된다. 차를 끌고 매장까지 가는 일 없이 집에서 쇼핑을 끝내는 방법도 있다. '코드(Cash on Delivery)'다. 마치 피자를 주문하듯 매장에 가전제품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준다. 결제를 배달원에게 하면 된다.
한 가전업계 고위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려는 성향이 있어 코로나19 이후 판매에 회의적이었지만 현지 사정에 맞는 판매방식이 금세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보피스, 로피스, 코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소비자들도 이들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가전 판매가 늘었다는 얘기다.
가전업계에서는 11월부터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대목이 남아있어 이들 기업의 올해 북미 매출이 70%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