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수익률에 비상이 걸리면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는 연기금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부분의 연기금은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저금리 탓에 채권 투자로는 이를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금리가 연 2% 미만인 채권 비중은 올 6월 말 기준 85%로, 2년 전 36%보다 훨씬 높아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상당 기간 저금리 유지 방침을 밝히면서 단기간에 이런 상황이 바뀌기도 어렵다.
메케타 인베스트먼트그룹의 미카 말론은 WSJ에 “핵심 자산인 채권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식 비중 확대를 예상하는 건 합리적”이라며 “최근 모든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저금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연기금은 대부분 주식 비중이 과거보다 낮다. 투자정보 제공업체 인베스트먼트 메트릭스에 따르면 운용자산 10억달러 이상 연기금의 주식 비중(중간값 기준)은 올 6월 말 46.6%에 그쳤다. 이 업체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3년의 52.7%보다 6.1%포인트 낮다.
WSJ는 연기금의 올해 수익률이 6월 말 기준으로 평균 연 3.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주식 비중을 60%까지 늘린 네바다주 공무원퇴직연금과 인덱스(지수) 추종 대신 개별 주식 투자를 늘린 탬파 소방관·경찰관 연기금은 연환산 수익률이 7%에 달한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급락했던 증시가 이후 급반등한 덕분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운용자산 1250억달러 규모의 호주 최대 연기금 오스트레일리안 슈퍼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비중을 55%에서 내년까지 58%로 늘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자산관리 전문회사 번스타인의 이니고 프레이저 젠킨스 포트폴리오 전략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수익률 때문에 연기금이 주식을 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연기금이 주식 비중 확대를 고려하는 배경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일부 연기금은 증시가 코로나19 쇼크에서 급반등한 틈을 타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24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의 자산운용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아일만은 최근 CNBC에 “실물경제는 U자나 W자 회복이 예상되는데 주식시장은 V자 회복을 했다”며 올해 남은 기간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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