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놀이터 공유지분’ 문제로 멈췄던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큰 고비를 넘겼다. 아파트를 보유한 현 소유주와 놀이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초 분양자의 소송에서 현 소유주가 처음으로 승소했기 때문이다. 인근 한강삼익과 왕궁 아파트도 사업시행인가가 기대되면서 동부이촌동의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강맨션 재건축 정상화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환성 한강맨션 재건축조합 고문단장이 A씨를 상대로 낸 한강맨션 놀이터 지분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A씨는 이 단장이 소유한 아파트의 최초 수분양자다. 아파트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지분은 넘어왔지만 놀이터 공유지분은 여전히 A씨 명의로 등기돼 있었다. 법원은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 원고가 공유지분을 평온하게 점유해왔다”며 “20년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강맨션 단지 내 놀이터 부지 여섯 곳(총 4277.4㎡)은 재건축 사업의 최대 암초로 꼽혀왔다. 현재 한강맨션을 보유한 집 주인들(조합원)에게는 법적으로 놀이터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소유권과 관련한 법률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은 한강맨션이 공급된 1969년 이후인 1984년 제정됐다.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동안 아파트 지분만 거래되고 놀이터 부지는 빠져 있었다.
이번 승소로 나머지 조합원의 소유권 이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조합은 예상했다. 총 66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130여 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환성 단장은 “과거 법제도가 미비해 발생한 문제로 수백 명의 조합원이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며 “권익위원회 중재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새 조합 집행부가 결성되는 즉시 단체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공시송달을 통해 사망·증여·상속·이민 등의 이유로 최초 수분양자를 찾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강맨션은 이촌동 한강변 노른자위에 자리잡은 국내 최초의 중산층 아파트다. 1971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50년이 됐다. 단지 남쪽으로는 한강을, 북쪽으로는 용산공원을 끼고 있어 알짜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건축 진행이 더딘 상황에서도 전용 103㎡ 거래가격이 26억원을 넘어섰다.
첼리투스 같은 랜드마크 나오나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동부이촌동 일대는 2015년 첼리투스를 끝으로 신규 입주 단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진행이 더뎠던 한강맨션 재건축이 새 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인근 한강삼익은 2022년께 일반분양에 나선다는 목표다. 1 대 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왕궁도 조만간 사업시행인가를 예정하고 있다. 모두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알짜단지다.1990년대 지어진 중층 아파트 단지들도 리모델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촌코오롱(834가구)과 강촌(1001가구)은 지난달 공동 리모델링 추진 양해각서를 맺었다.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단지 대장주로 꼽히는 건영한가람(2036가구)도 최근 추진위원회 설립을 완료했다.
개발 기대가 커지자 매매가도 들썩이고 있다. 코오롱 전용 85㎡(3층)는 지난 3일 17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13일 거래된 16억5000만원(12층)보다 8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한가람은 이달 5일 전용 85㎡(8층)가 18억1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동부이촌동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부촌으로 불린다”며 “용산 개발과 맞불려 재건축 등 개발까지 이뤄지면 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