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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번영하고, 시민은 자유의 길로 나아갈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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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독서계는 놀랍다. 연구자는 900여 쪽의 글을 쓰고, 독자들은 이를 소화해낸다. 전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유명한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정치학 교수가 또 다른 대작 《좁은 회랑》을 펴냈다.

《좁은 회랑》의 부제목은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이다. 이 책의 주제는 “강력한 국가와 시민의 자유는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한 국가가 계속 번영과 자유의 길로 달려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좁은 회랑’이란 용어에 담겨져 있다. 국가가 번영의 길로, 시민이 자유의 길 위에 있는 공간은 넓은 영역이 아니라 아주 좁은 회랑에 지나지 않는다. 세로축에 ‘국가의 힘’을, 가로축에 ‘시민의 힘’을 놓아 보자. 이 사이에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회랑이 형성된다. 만일 국가의 힘이 너무 강하면 국민은 독재로 고통을 받는다. 반면에 사회가 너무 강하면 무질서로 시민들은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시민이 자유를 잃지 않는 동시에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좁은 회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이 아니라 회랑이란 사실이다. 행운과 노력으로 좁은 회랑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국가라 해도 언제든지 국가의 힘이 강하게 되면 회랑 바깥으로 튕겨져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회랑 안에 한 번 진입했다고 해서 그것이 오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문이 아니라 회랑인 것은 회랑 안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며 달릴 수 있을 때만이 국가는 회랑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회랑이 좁은 이유는 그만큼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가 국가를 경계하지 않으면 헌법과 권리 보장의 값어치는 그것이 적힌 종이값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때 회랑 안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국가라도 정치 엘리트들은 끊임없이 힘의 확대를 지향한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시민들과 시민사회는 힘을 합쳐서 국가와 정치엘리트들의 힘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도록 조직화를 통해 노력해야 한다.

이 책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레드 퀸 효과’가 등장한다. 레드 퀸 효과는 국가와 사회가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게 달리듯이 단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사회나 시민이 게을러져서 확대되는 국가권력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빨리 달리지 않으면, ‘족쇄 찬 국가 권력’은 금세 독재적인 국가권력으로 탈바꿈하고 만다.

동태적인 측면에서 번영과 자유를 논한 대작이다. 풍성한 역사적 사례가 각성을 촉구하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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