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이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가장 바쁜 장관이긴 할 겁니다. 3년여 동안 정책이 많이 바뀌기도 했거니와 그때마다 김 장관이 나서서 발표를 했으니까요. 다 기억은 하실까요.
정부의 집값 관련 정책이 몇 차례인지를 두곤 논란이 많습니다. 우선 부동산 관련 제도와 세제, 대출을 아우른 종합대책은 2017년 ‘6·19 대책’과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지난해 ‘12·16 대책’, 올해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여섯 차례로 봐야 합니다. 여기에 규제지역 확대(2017년 ‘9·5 조치’, 2018년 ‘8·27 대책’, 2019년 ‘10·1 대책’, ‘11·6 대책’, 올해 ‘2·20 대책’ 등)나 핀셋 개편(임대등록 활성화 방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아니면 공급 대책(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등 30만 가구 공급대책, 올해 ‘8·4 대책’ 등)까지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숫자는 달라집니다. 제가 센 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까지 합쳐서 모두 27차례입니다.
3년 3개월 동안 27차례의 크고작은 변화가 있었으니 1.4개월꼴로 제도가 바뀐 건데요. 그래서인지 정부는 ‘부동산대책 정보사이트 정책누리집’을 개설했습니다. 사실 그간 너무 바뀐 탓에 기자들도 정책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신 정책자료에 모든 게 다 있는 건 아니어서 어떤 부분은 과거의 자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생겼다는 건 잘 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집 한 채 사는데 확인하고 따져봐야 할 것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실 정책누리집엔 각 제도에 대한 대강의 얼개만 담겨 있을 뿐 구체적인 건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거래하기 위한 절차라든지, 폐지되는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가 자진말소를 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남은 의무임대기간은 얼마나 채워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그동안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꼼꼼히 보셨던 분들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걸 눈치채셨을 겁니다. 심지어 날짜조차 고치지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벌써 10월이 다가오고 있는데 ‘6월 예정’이라거나 이미 안내가 끝났는데 ‘안내 예정’이라는 문구들도 있죠. 사실 모든 메뉴의 설명이 이런 식의 재탕에 가깝습니다. 차라리 조금 더 신경 썼다면 결국 다른 곳에서 추가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죠.
FAQ는 부동산 세제와 금융규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는데요. 이 메뉴 또한 얼마 전 국세청이 발간한 ‘100문 100답’ 등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메뉴의 103번과 118번 게시글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답변이 서로 다르다는 건 당국이 아직 모르나 봅니다. 조정대상지역의 일시적 2주택은 비과세가 깨져도 당장 중과세율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일단 일반세율이 적용되는데요. 이 부분은 국세청의 해설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이 달랐기 때문에 집코노미가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입니다. 결국 해설서는 수정됐지만 정책누리집엔 구판본이 그대로 올라온 것이죠.
사실 두 사례의 답변이 다른 건 예외규정을 모두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게 국세청의 해명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두고 강조하려는 규정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죠. 이 한 가지 사례의 예외규정만으로 수십문답을 만들 수 있을 테니 수긍은 됩니다.
그런데 당시 국세청의 해명에서 깊게 뇌리에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실무자나 전문가들의 눈높이에선 빈틈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말은 세제는 물론이거니와 복잡다단해진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세하게 설명하자니 이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간단하게 풀자니 빈틈 투성이가 되는 것이죠.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자세하게 쓰면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끔 쓰라’는 지시가 떨어지죠. 그렇다고 뼈만 남기면 ‘틀린 것 같다’는 연락이 나중에 여기저기서 옵니다. 물론 부동산 정책은 중학생이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걸 쉽게 설명하는 것보다 집값을 잡는 게 빠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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