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구역에서 의무로 지어야 하는 임대아파트 비율이 기존처럼 전체 가구 수의 15%로 유지된다. 20%까지 상향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재개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한남동 일대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민간 재개발구역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들 구역은 임대 비율이 높아지면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재개발 임대 비율 현행 유지
23일 서울 주요 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현행 15%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 규모별 건설비율 고시안’을 산하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그동안 임대주택 의무공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상업지역 재개발에는 5% 의무비율이 신설됐다. 5%는 법에서 규정한 범위(5~20%)의 최하한선이다. 서울시는 조례개정안을 24일 고시할 예정이다.
주거지역 재개발 임대비율의 최대 상한은 25%로 올라간다. 현행 20%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각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는 추가 비율이 현행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높아져서다. 추가 비율은 ‘주택 수급 안정 등 구역 특성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공공성이 큰 재개발은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수도권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현재 10~15%에서 10~20%로 높였다.
지자체는 시행령 범위 안에서 자체 조례를 통해 의무 비율을 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서울시가 임대비율을 최대 20% 혹은 17% 안팎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그동안 법적 최대 한도로 임대비율을 정했지만 이번에는 공급 위축 우려를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숨 돌린 한남·성수재개발
의무 임대주택 비율 상향을 앞두고 초조해하던 재개발조합들은 안도할 수 있게 됐다. 한남뉴타운과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의무 임대비율이 올라가면 일반분양분이 줄어들어 조합원 수익이 감소하고 추가분담금이 늘어난다.이 때문에 조합원이 많은 일부 사업장은 임대 비율이 늘어나면 사업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서울에서 아직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41개 재개발구역(주택정비형 기준)의 정비계획상 평균 임대비율은 17%다.
그동안 임대 비율 상향에 적극적이던 서울시가 한발 물러선 것은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로 시장 위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은 지난달부터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이미 사업성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또 연말까지 시범사업장 선정을 예고한 공공재개발 활성화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을 포기하는 재개발구역이 늘어나면 임대주택 확대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대비율이 신설된 상업지역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업지역 재개발사업은 세운상가 재정비, 용산역 전면, 영등포 재정비 등 76건이다. 개정 시행령은 24일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구역부터 적용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