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배터리 제조비용 반값으로 낮춰
-명확한 결과물 나오지 않은 반쪽짜리 행사
-기존 제조사에서 볼 수 없던 참신한 시도는 인상적
테슬라가 현지 시각 22일 ‘배터리 데이’를 열고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 애플이나 삼성이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를 테슬라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은 회사가 전동화의 핵심 요소로 불리는 배터리에 관해서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일론 머스크 CEO는 이 자리에서 2만5,000달러(한화 약 2,900만원)짜리 테슬라를 내놓겠다며 이른바 '반값 전기차'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실현을 위해 3년 내 배터리 제조 비용을 56%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팩 평균 단가는 1㎾h당 약 156달러 수준이며 업계는 배터리 팩 가격이 1㎾h당 100달러로 내려가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롭고 큰 원통형 배터리 셀을 사용해 기존 대비 에너지 용량이 5배, 출력이 6배, 주행거리는 16%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위해 배터리 셀을 재활용 계획도 밝혔다. 값비싼 배터리 원료로 꼽히는 '코발트 제로' 추진과 함께 생산 효율을 높이는 제조 공정 도입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테슬라의 계획대로라면 정부의 구매 보조금 유무와 상관없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을 갖추고 효율은 더 높아진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성공한다면 전기차 대중화를 넘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명확한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수년 후 이뤄 낼 거라는 그의 말만 믿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실제로 배터리 데이 이후 뉴욕증시의 테슬라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6.48% 하락했고 시가총액만 약 23조원이 증발했다. 투자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3년 후 상황을 거창하게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증시로 나타난 것이다. 또 시장에서 거론된 차세대 배터리 신기술이나 100만 마일 배터리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고 이렇다 할 신차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로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을 높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당장은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업과 공급을 늘리는쪽을 선택해서 긴장감은 덜하지만 여전히 배터리 자체 생산에 대한 의지는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배터리 데이를 통해 그 이상의 실체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계획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만큼 생명을 담보로 이동을 실현하는 자동차는 일반 IT기기처럼 빠른 혁신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물론 테슬라 배터리 데이가 연례 행사로 자리 잡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배터리 데이에서는 살짝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늘 강력한 한방으로 사람들을 놀래 켰던 테슬라를 감안하면 가능한 일 일지도 모른다.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와 별개로 사람들은 새로움에 두려움이 없고 끊임없는 혁신에 열광한다. 정반대 성격을 지닌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충족시키는 회사는 테슬라가 유일했다. 그만큼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도 자체에는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테슬라가 공약을 지키면서 실현시켜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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