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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테크핀 시대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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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기야 사기!!”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에서 투자 피해자들이 울분을 토하며 터뜨린 대사다. 국회 정무위원이자 당내 사모펀드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스크린 속 심정을 가진 현실의 피해자분들을 여러 번 만났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말과 표정에서 전해졌다. 그 수많은 사연을 접하면서 아직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실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신흥공업국 63개국에 대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3위를 차지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더 낮은 34위에 그쳤다고 한다. 세계 10대 강국인 우리나라의 성적치고는 무척 아쉬운 수준이다.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를 맞이하는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수천억원대 금융사기, 투자 피해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 걸까.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더한 핀테크(fintech)로 시작된 금융혁신은 이제 IT가 금융을 주도하는 테크핀(techfin)으로 이동 중이다. 테크핀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2016년 12월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당시 그는 “중국은 5년 안에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잘 만든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품이 농담처럼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중국이 기술·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가슴 서늘한 위기의식이 든다.

누가 먼저 시작했든, 테크핀 시대는 도래했다.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서둘러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ICT 강국인 우리나라 안에서만 해도 핀테크니 빅테크니 서로 말이 많은 것 같다. 전통 금융산업과 신금융산업이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밀당’을 하기도 한다. 태생은 다를지 몰라도 결국은 세계 금융시장의 큰 변화와 보폭을 함께하며 같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다. 종과 횡의 경계가 없는 무한 융합 시대에 모두가 힘을 합쳐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돕고 정리해 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 아닐까.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이제는 양보다 질적으로 성숙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과만 올리고 보자는 묻지마식 불완전 판매나 보이스피싱 사기 같은 안타까운 뉴스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시선을 미래로 돌려 ICT 강국의 기술 경쟁력과 걸음마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배운다는 ‘포노 사피엔스’의 저력으로 미래 테크핀 시대의 금융 패권을 움켜쥘 태세를 갖춰야 한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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