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어촌 빈집을 활용하는 숙박업, 이른바 ‘농어촌 에어비앤비’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이르면 이달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2년 뒤 전국에서 본격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답답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사업모델이 진작에 허용돼 본격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한국만 시범사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범사업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런 규제 환경에서 신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격의료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원격의료가 언제 법적·제도적으로 허용될지 기약이 없다. 1988년 이후 30여 년간의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원격의료 허용을 놓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정부와 의료계가 원점에서 논의한다고 하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공유숙박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농어촌 민박은 거주자만 할 수 있다는 농어촌정비법을 피해가기 위해 정부는 농어촌 숙박업 실증특례 안건을 규제샌드박스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 상정해 2년간 시범서비스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안전성 등이 증명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 민박 서비스·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의무로 부여한 해당 지역 주민과의 상생 등에 문제가 생긴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농어촌 빈집 숙박에 반발해온 기존 농어촌 민박업계도 변수다. 정부는 농어촌 빈집 숙박 시범사업이 이해관계자들이 한걸음씩 양보한 ‘한걸음 모델’의 첫 성과물이라고 자평하지만, 사업을 하려는 당사자로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에 가로막힌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산림관광사업, 신규 사업자의 영업일수와 불법 단속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도심 공유숙박으로 한걸음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신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예측가능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신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어디까지나 한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시범사업에만 머물면 질주하고 있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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