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은 곧장 왔다. 이랜드그룹 NC백화점과 뉴코아백화점에 럭셔리갤러리란 명품 매장을 내자 4050세대들이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뉴코아 서울강남점 매장은 월평균 6억~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최근 이랜드를 벤치마킹해 명품 유통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은 불황에 빠졌지만 명품 시장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성공 벤치마킹
이랜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소비가 늘자 올해 6월 럭셔리갤러리 앱을 내놨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구찌, 메종키츠네, 아미, 메종마르지엘라, 아페세, 마르니, 아크네스튜디오, 바버, 파라부트 등을 입점시켰다. 이 앱은 최근 월평균 구입 건수가 1만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주요 구매자는 2030세대다. 2030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이랜드 관계자는 “병행수입 제품은 가품의 우려가 있고, 사후서비스(AS)를 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명품감정원과 제휴를 맺어 정품임을 보장하고, 이랜드그룹 오프라인 매장에서 AS를 제공한 것이 명품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처럼 명품사업에 뛰어드는 패션기업이 늘고 있다. 패션 전문 온라인몰 1위 업체인 무신사는 지난 18일 해외 브랜드 큐레이션 플랫폼인 무신사셀렉트를 열었다. 인기가 높은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입점 브랜드는 바버, 아페세, MCM, 폴로랄프로렌, 앤더슨벨 등 9개로 앞으로 브랜드를 계속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트리트 캐주얼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인 무신사까지 명품사업에 진출하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너도나도 명품 유통
패션업체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 유통사업에 뛰어드는 건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명품을 국내 판매가보다 싸게 팔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 못 나가게 된 명품 소비자들의 수요가 병행수입제품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올 들어 패션몰의 명품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1996년부터 명품유통사업을 해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명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은 명품 인기에 힘입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매출이 늘자 명품사업을 확대하는 패션몰도 늘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LF몰에 명품을 들여놓은 LF는 지난해 명품 매출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올해 입점 브랜드를 두 배가량 늘렸다. 현재 100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코오롱몰도 마크제이콥스, 닐바렛, 이로 등 자사가 수입하는 브랜드만 팔다가 최근 보테가베네타, 셀린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에스아이빌리지 관계자는 “자체 수입 브랜드 30여 개, 입점 브랜드 20여 개 등 50여 개로 명품 브랜드를 늘렸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