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급격히 늘어나는 신용대출 규모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우대 금리 혜택부터 축소하고 있다. 또 우대금리 축소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 예금 금리까지 함께 낮추는 모양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9%~3.68%로 나타났다. 지난 8일(연 1.99~2.97%)과 비교해 2주 만에 최저금리는 0.09%포인트 낮아졌지만 최고금리는 0.7%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들은 우대금리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0.20%포인트 인상했다. '은행의 실적경쟁이 신용대출 증가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경고에 선제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일부터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2% 축소해 판매하고 있다.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조정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앞서 지난 14일 금융감독원과 신용대출 급증 해소 방안을 놓고 회의를 가졌다. 오는 25일까지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우대금리를 줄여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고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법조인, 의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는 연소득의 최대 270%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중은행 한 임원는 "전문직에 대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우대금리 축소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난주부터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99억원으로 전날(126조3335억원)보다 2436억원 줄었다. 14일부터 사흘 간 일평균 3753억원이 늘었다가 주말을 앞두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4대 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앞두고 이미 받을 사람은 다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총량 관리를 시작한 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기예금 우대금리를 낮추는 움직임도 있다. 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익성이 줄어드니, 수신금리를 낮춰 수익성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예적금 상품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기존 '0.3%포인트'에서 '가입일 기준'으로 변경했다. 우대금리를 유연하게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실상 우대금리를 낮췄다는 평가가 많다.
신한은행은 지난 19일부터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통장' 4개 입출금통장의 우대금리를 0.25~0.50%포인트 내렸다. 농협은행도 오는 27일부터 입출금 통장 우대금리를 0.40~0.50%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수신상품의 우대금리를 낮춰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