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로 달러당 7.5위안 이상으로 절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7위안대로 절상됐다. 골드만삭스 등이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던 ‘스위트 스폿(미·중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는 적정선으로 6.8∼7위안)의 하단이 1년 앞당겨 무너진 셈이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 경기의 빠른 회복세다. 올초만 해도 ‘축출설’이 나돌 정도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라는 오명을 씻고 경제활동 재개 등을 신속하게 결정한 게 효과를 냈다. 중국 경기는 ‘V자형’(1분기 성장률 -6.8%→2분기 3.2%)으로 반등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중국 경제가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일대일로 계획도 활기를 찾고 있다. 중국이 지난 5월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자 ‘더 늦어지면 아시아 중심통화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일본이 당초 계획을 수정해 올해 안에 디지털 엔화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도 조만간 디지털 달러 도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페트로 달러화’란 별칭이 붙을 만큼 달러화 비중이 90% 이상 차지했던 원유결제시장에서도 위안화 결제가 처음 시작돼 ‘페트로 위안화’ 시대가 열렸다. 탈(脫)달러화 추세가 결제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2차대전 이후 지속돼 왔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경기와 금리정책 등을 감안하면 위안화 강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경기가 뱀이 꾸불꾸불 기는 ‘스네이크’형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제로금리를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책적인 요인도 대선이 끝나면 변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오락가락하면서 흐트러진 면이 있지만,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강한 달러화’를 표방해 왔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대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집권당이 될 민주당은 달러화 가치를 시장에 맡겨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 추세가 지속되면 1160원 선까지 급락한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는 ‘0.7’ 안팎으로 여전히 높다. 로이터통신 등이 환율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위안화 가치가 1년 뒤 6.3위안 안팎으로 절상되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이 붕괴되는 것으로 나온다.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높아질 경우 우리 경제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수출상품이 ‘환율 의존적인’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품질, 디자인 위주로 개편된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과 경기의 부정적 요인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최근처럼 금융이 실물을 주도(leading)하는 성장 여건에서는 버냉키 독트린에 따라 주식 등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켜 경기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자본 수출’이 ‘상품 수출’ 이상으로 중시돼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화 조류가 퇴조하고 자급자족 성향이 강해진 교역 환경에서는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으면서 내수를 키워야 한다. 다른 인위적인 정책수단보다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원화 강세는 부작용 없이 내수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러 투자자도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달러 약세는 실제보다 더 심하다. 세계 교역 비중을 감안해 달러 인덱스(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를 구성하는 통화에서 스웨덴 크로네화를 빼고 위안화를 넣어 재산출하면 ‘85’ 내외로 나온다. 지난 주말 ‘93’보다 10% 가깝게 더 떨어지는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강세’를 예상해 달러를 사둔 투자자(기업 포함)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로 떨어진 틈을 타 환차손을 물타기하기 위해 체리 피킹(저가 매수)하기보다는 과도한 달러 보유분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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