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동맹 강화 움직임에 원색적인 비난을 통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세를 관망하며 비난을 자제하던 그간의 흐름에 변화의 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20일 ‘실무그룹도 부족해 이젠 동맹대화까지?’ 제목의 글에서 “스스로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자기의 목줄에 올가미를 더욱 조여달라고 애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맹대화는 한·미 외교당국이 신설을 검토 중인 실무협의체다.
매체는 “외교부 당국자들은 현안을 아랫급에서부터 세부적으로 논의해 고위급에서 신속히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기구라고 요란스럽게 광고하고 있다”며 “이런 광고는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인 동맹대화의 반동적 본질을 가리기 위한 미사여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남조선당국이 미국과의 ‘동맹’에 대해 요란스럽게 떠들어 왔지만 결과는 너무도 비참한 것이었다”며 “입이 닳도록 ‘동맹’을 운운했건만 그때마다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수모를 강요당했으면 이젠 좀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한·미 간 외교적 움직임을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북한은 지난 7월부터 정세를 관망하면서 노골적인 대남 비난을 삼가왔다.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측의 무력 증강 움직임만을 간간이 비판해 왔을 뿐이다. 남북한 평양공동선언 2주년인 전날에도 대내외 매체들은 침묵을 지켰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당국자의 담화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이 아닌 대외 선전매체를 통한 방식의 대남 비난임을 고려하면 북한은 여전히 정세를 관망하겠다는 기조로 보인다”며 “한·미가 서로 거리를 좁히는 데 대한 불편함은 내비치되,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