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이후 들어선 '김종인호'가 공정경제 3법 논란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당 내부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강정책을 중도화하고 친호남 정책을 펼치는 등 기존 보수정당과는 다른 '결'을 보였지만, 당초부터 김종인 체제를 반대해온 조경태, 김태흠, 장제원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발을 제외하곤 큰 내분이 일어나진 않았다. 총선 대패후 장기간의 수습기간이 필요하다는 당내 공감대와 김 위원장 체제 이후 보였던 지지율 상승세가 당내 반발세력을 잠재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공정경제 3법 논란으로 이러한 상대적으로 길었던 '허니문' 기간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인 체제를 반대했던 의원들 뿐 아니라 나머지 의원들 사이에서도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주도의 '소득주도성장' 등에 날을 세우며 '자유시장경제', '규제완화' 등을 강조해왔던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로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미스터 경제민주화'로 불릴만큼 경제민주화를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기업, 재벌 체제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반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전 보수 정당의 대표와는 달리 기업인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정치인이 기업인을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고 말한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최근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 이유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경제민주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라당 시절, 김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경제민주화를 이끌었지만 총선·대선 승리에도 당 내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 끝에 당을 나간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말을 해석하면 당시의 공약을 이번에는 관철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기존 세력과의 내분이 일어났던 선례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 탈당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불만들이 이번 계기로 터져나올 수 있고, 김 위원장의 권위에 상당부분 상처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아직까진 '원론적 찬성' 의견에서 더 나간 구체적인 얘기를 하진 않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의 쟁점이 되는 10여가지 법안 중 '어떤 법안은 찬성하고 어떤 법안은 반대하며, 각 쟁점법안의 규제 정도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등의 각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아직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현재 공정경제 3법 중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까진 김 위원장이 당내 의원들에게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진 않았다"면서 "당내 논의가 이뤄져야하겠지만, 당론으로 정하거나 하는 시도가 있다면 반발이 거셀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