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도리 잼잼’은 몇 해 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우리말 맞히기 문제로 나와 화제가 된 말이다. 출연자들을 ‘멘붕’으로까지 몰아넣은 이 문제의 정답은 ‘~ 죔죔’이었다. 시청자도 대부분 ‘잼잼’ 또는 ‘젬젬’ 정도로 알고 있었다. ‘물럿거라’나 ‘옛다’ 같은 말도 잘못 쓰는 말이지만 요즘도 틀리게 쓰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준말은 본말의 형태를 반영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준말이라는 것이다. 말을 줄일 때도 원칙이 있다. 본래의 말에서 일부가 줄면서 남은 형태가 어근이나 어간에 달라붙는다. ‘어제저녁→엊저녁, 가지가지→갖가지, 삐거덕→삐걱, 이놈아→인마’ 같은 게 그런 예다. 줄어든 말에서도 본말의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본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드러내는 것이다.“옜다, 이 돈 받아라”처럼 쓰는 ‘옜다’는 ‘예 있다’의 준말이다. 이때 ‘예’는 ‘여기’의 준말이다. ‘물러 있거라’의 준말인 ‘물렀거라’도 같은 원리다. 모두 본말의 ‘있’에 쓰인 받침을 그대로 이어받음으로써 준말의 유래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단어를 모두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리를 알고 나면 응용할 수 있다. ‘~하대/~하데’의 구별도 열에 아홉은 헷갈리는 어려운 문제다. 가령 ①“사람이 아주 똑똑하대”와 ②“사람이 아주 똑똑하데”는 어떻게 다를까? 한 가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즉 ‘-대’는 ‘-다고 해’가 준 말이라는 점이다. 줄었지만 본말의 형태가 반영돼 있다. ①은 누군가가 “A라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한다”라고 하는 말이다. 즉,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②의 ‘-데’는 준말이 아니라 종결어미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를 전하는 장면이다. 즉 “내가 만나봤더니 사람이 아주 똑똑하더라”란 뜻이다.
원리를 알고 나면 응용해 쓸 수 있어
‘곤지곤지 죔죔’ 역시 이 말이 ‘~죄암죄암’의 준말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젖먹이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말한다. 쥐엄쥐엄하면서 재롱을 부리는 일이 ‘쥐엄질’이다. ‘쥐다’에서 ‘쥐엄쥐엄’이 나왔고 ‘쥐엄질’은 그 파생어다. ‘쥐엄쥐엄’의 작은말이 ‘죄암죄암’이다. 그 말이 줄어서 ‘죔죔’이 됐다. 사람들은 이를 ‘젬젬, 잼잼’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이중모음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ㅚ’보다는 단모음인 ‘ㅔ’나 ‘ㅐ’를 발음하기가 쉽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동작을 가리키는 ‘쥐다’에서 온 말이라 어원 형태를 지켜 써야 한다.다시 응용을 해보자. ‘병이 났다’와 ‘병이 나았다’도 헷갈리기 쉽지만 준말의 원칙을 알고 나면 어렵지 않다. ‘났다’와 ‘나았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우선 동사 ‘나다’와 ‘낫다’를 구별해야 한다. ‘병이 나다’라고 하면 병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규칙동사다. 여기에 ‘-았다’가 붙으면 ‘병이 났다’이다. ‘나+았다→났다’로 줄어든다. 맞춤법 제34항 준말 규정 가운데 하나다. 이때 두 모음이 반드시 하나로 줄어든다. 즉 준말 표기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를 줄기 전 형태인 ‘나았다’라고 쓰면 안 된다. ‘사과를 따+았다’가 줄어 ‘~땄다’라고 하듯이 늘 줄어든 형태로 적어야 한다.
‘병이 나았다’라고 하면 다른 말이 된다. 이때의 ‘나았다’는 ㅅ불규칙 용언인 ‘낫다’가 활용한 꼴이다. 이 말은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졌다는 뜻이다. ‘낫+았다’가 결합해 ‘나았다’로 바뀌었다. 이 말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ㅅ불규칙 활용, 즉 원래 받침이 있던 말(‘낫’)에서 활용한 형태라 준말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