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정무위원회 사임을 요구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법을 다루는 정무위에 윤 의원이 소속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회사 대표나 노조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이 정무위에 포진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용진, 이원욱, 이용우 등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윤 의원이 정무위에서 삼성 관련 법안을 다루는 건 공직자의 이해충돌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며 “이런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회의원으로서 합법성, 공평성 등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의원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며 “향후 정무위 회의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측은 윤 의원이 2012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8년간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적극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민주당 측은 특히 윤 의원이 당시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해 합병에 유리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근거 없이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역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를 압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특정 산업과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국회로 들어온 전문가는 모두 관련 상임위에서 배제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무위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경우 카카오뱅크 대표와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 임원 등을 지낸 뒤 국회에 입성했다. 정무위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이나 증권사의 영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안을 논의한다. 민주당의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금융투자협회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최근 ‘포털 개입 문자’ 논란을 일으킨 윤영찬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 의원 측은 “민주당의 논리대로면 군인 출신 의원도 국방위원회에서 빠져야 한다”며 “대응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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