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그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섬유업종 지원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직후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곳곳에 널린 상황이다. 섬유만 해도 올 들어 수출과 생산이 급감하고 있다. 희망을 걸었던 기업들로선 좌절감이 매우 컸을 것이다.
섬유산업이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철회된 배경도 석연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기안기금 업종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부처들이 “(산업부가) 협의 없이 발표한 내용”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라지만, 내막은 복잡하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섬유산업을 일반적 의미의 기간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한다. 반면 산업부는 섬유산업이 생필품과 산업소재 등의 생산 기반이란 점에서 기간산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산업은 에너지, 수송, 원자재 등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산업을 가리키지만, 어떤 산업이 기간산업이냐 아니냐는 각국 산업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산업 간 융합 추세로 대부분의 산업이 기간산업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해야지 기재부와 금융위, 산업부가 기안기금 지원 대상을 놓고 해석을 달리하며 옥신각신할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기간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산업부도 잘 모를 정도면 산업계는 어찌 알 수 있겠나.
오히려 기재부와 금융위가 섬유업종 추가 지정을 거부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아시아나항공이 1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기금 활용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말로는 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적시에 지원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겠다던 기재부와 금융위가 정작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기금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적기에 충분히 공급돼 경영난을 조속히 극복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할 40조원의 기금이 기업들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면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국가 경제와 고용 안정 등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업종과 기업이 있다면 논의를 거쳐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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