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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시장 비관론 확산…석유기업들 "살 길 찾아야" [원자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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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업계에서 석유 수요를 놓고 비관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당초엔 연내 잦아들 것으로 기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고, 이때문에 기존 전망보다 경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다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추진해 “석유 수요 정점은 이미 지났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석유 수요 하향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각 석유기업들은 살 길을 찾아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석유수요 비관 전망 잇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5일(현지시간) 발간한 월간 원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를 일평균 9160만배럴로 전망했다. 전월 예상치보다 30만배럴 더 낮췄다. IEA는 지난 4월 이후 “코로나19 타격은 곧 지나갈 것”이라며 3개월 연속 원유 수요 전망을 올렸다. 그러나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커지자 지난달부터는 전망치를 계속 내려잡고 있다.

IEA는 “원유 시장 앞길이 기존 예상보다 험할 전망”이라며 “코로나19가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OPEC(석유수출국기구)도 전날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전월보다 40만배럴 하향 조정한 일평균 9023배럴로 발표했다. 지난달 “내년엔 코로나19가 대부분 억제돼 세계 경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달엔 “세계 경제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을 바꿨다.

세계 5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세계 석유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 14일 분석했다. 석유 소비가 작년에 이미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도 각국의 저탄소 기조에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작년 세계 석유소비량은 하루 1억95만배럴로 사상 처음 1억배럴을 넘겼다.

BP는 저탄소화가 가속화될 경우 2050년엔 석유 소비가 기존 대비 50~80%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탄소화가 기존과 비슷한 추세로 이뤄지더라도 향후 약 20년간 석유 수요가 기존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달들어 석유에 ‘역배팅’하는 글로벌 투자자들도 크게 늘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각국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6대 석유 선물옵션 계약 매도 포지션 규모는 1억7100만배럴에 달한다. 2018년 7월 이후 가장 강한 매도세다.
재생에너지 투자 늘려…"다각화해야 산다"
세계 석유기업들은 살길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오연료와 수소에너지를 비롯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나스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로 했다. 석유 수요 급감에 지난 4~6월 50억달러(약 5조8800억원) 적자를 낸 이후 낸 조치다.

로열더치셸은 바이오메탄과 수소에너지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석유·천연가스 사업 비중을 60%로 낮추는게 목표다. 미국 정유사 필립스66은 기존 대형 정유공장을 바꿔 석유 대신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로 했다.

아예 새로운 분야에 발을 넓힌 사례도 있다. BP는 커피 사업을 키우고 있다. 자사 주유소와 전기차 충전소 등에 커피를 파는 편의점식 체인을 붙인다는 계획이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커피는 성장성이 매우 강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석유기업들은 앞으로 명운을 좌우할 에너지 전환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쉘 비그나 골드만삭스 석유산업 애널리스트는 “향후 10년간 석유기업들이 대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꿀 것”이라며 “‘글로벌 석유회사’가 아니라 수직계열화를 이룬 ‘통합 에너지기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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