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섬유업종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15일 발표한 직후 이를 긴급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기안기금 업종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부처들이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내용”이라며 강력 반발해서다. 기재부와 금융위가 섬유산업은 기간산업으로 볼 수 없다고 사실상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안기금을 통한 섬유업종 지원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금융위 “섬유는 기간산업 아냐”
이날 산업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담은 ‘코로나19 대응 기업 지원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당초 산업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지난 7월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 업종을 지정할 때 빠졌던 섬유·전자부품 업종을 새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섬유산업은 생필품과 산업 소재 등의 생산 기반인데 올 들어 수출액(-15.6%)과 생산(-6.1%)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산업부는 발표 3분 뒤 “기안기금 관련 내용은 대책에서 삭제한다”고 말을 바꿨다. 기재부와 금융위가 “협의가 없었던 내용”이라며 강력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안기금 업종 선정은 법령상 기재부·금융위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실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발표 직전 해당 내용을 알게 돼 일단 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프닝의 배경에는 산업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산업부와 ‘기안기금 퍼주기’ 비판을 피하려는 기재부·금융위의 ‘충돌’이 깔려 있다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와 금융위는 섬유산업을 일반적인 의미의 기간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이런 입장이 생필품과 산업 소재 등의 생산 기반으로 섬유업종이 기간산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산업부의 견해와 충돌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섬유만 기안기금에 넣으면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부처들이 다시 협의를 하더라도 섬유는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소상공인 전기료 인하키로
산업부는 이날 전국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의 전기·도시가스 요금 납부 기한을 3개월씩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4~9월분에 적용한 납부 유예를 10~12월분까지 확대한 것이다. 가스요금 납부 유예는 9~12월분에 적용하고, 기한을 연장한 요금은 내년 6월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해진다. 각각 한국전력과 관할 도시가스사 콜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790개 중소기업의 임대료는 연말까지 50%를, 한전 등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에 입주한 1000여 개 업체에는 9~12월분 임대료를 30~100% 깎아주기로 했다.
이 밖에 중견기업의 수출신용 보증 한도를 현재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리고, 주조·금형 등 기초 제조업종 업체의 계약 및 자재 구매 등 이행보증 한도액을 2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