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삭이 최근 논란이 됐던 '헬퍼'와 관련해 '휴재' 선언을 했다.
삭(본명 신중석)은 14일 "휴재에 들어가며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네이버 웹툰 연재 페이지에 올렸다. 지난 11일 선정성과 폭력성 논란이 공론화 된 후 3일 만에 '휴재'를 선언한 것.
삭은 지난 2016년 1월 12일부터 '헬퍼2:킬베로스'(이하 '헬퍼')를 연재해 왔다. 가상의 도시 가나시를 배경으로 트라이브 대장 장광이 펼치는 액션이 주요 줄거리다. 2011년 첫 연재를 시작했던 시즌1의 경우 전체관람가로 그려졌지만, 시즌2의 경우 18세 이용가로 더욱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그려졌다는 평이다.
지난 11일 '헬퍼'의 팬 커뮤니티 성격을 띠는 디시인사이드 '헬퍼 마이너 갤러리'에 해당 웹툰의 왜곡된 여성관과 폭력성을 지적하는 글이 게시됐고, 트위터를 시작으로 '#웹툰내여성혐오를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됐다.
이에 삭은 "시즌2는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처 입은 모든 약자들을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다"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도 불편한 장면들도 그려져야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제 능력이 부족하여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지만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개된 247화에서 여성 노인 캐릭터 피바다가 알몸으로 결박당한 채 모발이 다 뜯긴 머리에 주사기로 약물을 투여받는 고문 장면 등은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평가와 함께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삭은 "피바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고 긍정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이후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며 "헬퍼 세계관에서 정신력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는 피바다가 이 정도로 변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일들이 있었을까"라고 되물으며 이를 납득시키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인 등급이었기에 전체 관람대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해왔다"며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해왔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또 다른 논란이 됐던 아이유, 방탄소년단 RM, 위너 송민호 등을 모방한 캐릭터가 부정적으로 그려진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헬퍼'에는 RM을 연상토록 하는 '잽몬', 송민호를 연상케 하는 '마이너'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또한 아이유의 생김새를 묘사한 '이지금'은 성매매, 강간 등 피해자로 그려졌다. 아이유의 본명이 이지은이고,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dlwlrma(이지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음에도 이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다만 시즌1과 관련해 그림체가 달라지면서 불거진 '대필' 의혹에 대해선 "저는 여러 개의 그림체를 갖고 있다"면서 부인했다.
삭의 웹툰 내용이 논란이 될 수 있음에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네이버 웹툰 측은 " 작품 내 자극적인 표현과 묘사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할 부분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님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다음은 삭 사과문 전문
휴재에 들어가며 말씀드립니다.
1. 시즌2 작화 관련 대필이라는 의견에 대해
우선 저는 여러 개의 그림체를 갖고 있습니다. 시즌2는 시즌1과는 다른 장르와 세계관이기에 시즌2를 준비하는 동안 기획 의도에 맞춰 그림체를 새로 조합 및 변형했으며, 그 이후에도 등장인물들의 성장속도와 에피소드 분위기에 맞춰 그림체를 계속 조금씩 변형시키며 작업해왔습니다. 이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으나 시즌1부터 보시던 분들에겐 이질감을 느끼게 해 결국 이런 오해까지 만들어 아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꼭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몇몇 분들이 사실 확인도 없이 저의 작업을 도와주시는 어시스턴트 분들이 대필한 것이라며 억측과 험한 말로 그분들에게 상처를 주시는데, 부디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2. 성 착취나 상품화라는 우려에 대해
시즌2는 만화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의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처 입은 모든 약자들을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가면 쓰고 있는 악당들이 정말 얼마나 악한지를 알려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도 불편한 장면들도 그려져야 했으며, 이를 위해 전체 관람가였던 헬퍼를 18세 이상 이용가로 변경하는 큰 결정도 하게 됐습니다. 일부 장면만 편집되어 퍼지다 보니 단지 성을 상품화해서 돈이나 벌려고 했던 그런 만화로 오해되고 있지만, 스토리를 구상할 때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능력이 부족하여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지만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피바다(여성 노인 캐릭터) 연출 문제에 대해
‘헬퍼’ 시즌1 66화를 보시면 광남(주인공)이와 헤어지기 전 피바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고 긍정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시즌1 80화에서 다시 돌아온 피바다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며 예전의 피바다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면, 헬퍼 세계관에서 정신력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는 피바다가 이 정도로 변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일들이 있었을까요…. 아마 이 세상에서 피바다란 캐릭터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저일 겁니다. 문제가 된 시즌2 247화 피바다 정신 세뇌 장면은 피바다의 180도 바뀐 정신변화를 납득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저 장면을 그리는 5시간 동안 내내 속으로 계속 말도 못하게 미안했지만 그러기에 더욱 어설프게 표현하면 실례겠다 싶어 헬퍼 전 화를 통틀어 가장 전력을 다해 그린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평소보다 더 세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일부 장면들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표현된 장면이었지 절대 피바다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드릴 의도는 아니었음을 밝히고, 그만큼 피바다를 사랑해주셨다는 독자님들의 마음을 알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노인 고문이라는 의도는 감히 상상도 못 해본 것이라 그냥 ‘아닙니다’라고 답변하겠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피바다가 광남이에게 맡겨뒀던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다시 피바다에게 돌아가 어느 정도 예전의 피바다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니 너무 걱정하시진 마시길 바랍니다. 선한 영향력은 돌고 도니깐요.
마치며.
성인 등급이었기에 전체 관람대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수위 높은 표현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 웹툰팀 담당자분들은 네이버 웹툰에서의 18세 이상 이용가더라도 수위에 주의해야 한다며 매번 독자님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가이드를 해주셨으나 제가 작가랍시고 욕심을 부려 담당자분들의 가이드보다 조금씩 더 높게 표현을 해왔습니다.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해왔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아 웹툰을 사랑하시는 수많은 독자님들은 물론 여러 작가님들과 좀 더 다양한 만화를 접하고 싶으실 소수의 마니아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약 9년이란 세월동안 만화를 그리며 먹고 살고 인생을 감사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부족한 제 만화를 실제보다 더 좋게 해석해주시며 봐주셨던 독자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댓글을 읽지 못했던 이유는 불통하려는 것이 아니라 댓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제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아서 기획했던 그대로의 만화를 독자님들께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돼서였습니다. 당분간 작품은 잠시 쉬며 재정비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네이버 웹툰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네이버웹툰입니다. ‘헬퍼2: 킬베로스’ 작품을 18세 이상가로 제공하면서 연재 중 표현 수위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작품 내 자극적인 표현과 묘사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할 부분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님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