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인근은 국내외 기업의 본사와 사무소 등이 몰려 있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다. 그만큼 상업시설도 많다. 광화문 상권의 특징은 현대와 과거의 공존이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킨 ‘노포’와 요즘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바로 옆에 본사를 둔 대림산업 임직원은 노포를 많이 안다. 1976년 이곳에 본사를 설립한 이후 44년간 한자리를 지켰다.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 중엔 30년 이상 영업해온 곳이 적지 않다.
‘광화문 미진’은 그중 하나다. 메밀국수가 주 메뉴다. 매일 점심마다 회사원들이 긴 줄을 선다. 1954년 처음 문을 열었는데, 같은 자리에 두 개의 점포가 있다. 대표 메뉴는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이다. 양이 푸짐하게 나온다. 메밀국수치고는 싸지 않지만, 광화문 상권의 물가를 비교하면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해장국 노포도 있다. 1937년 문을 연 ‘청진옥’이다. 대림산업의 김상무 이부장이 전날 과음하면 꼭 들르는 곳이다. 원래 피맛골에 있었으나, 피맛골이 사라지면서 청진동 KT빌딩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콩나물과 우거지, 선지를 비롯한 내장이 들어 있다.
‘광화문국밥’도 해장하기 좋은 집이다. 메뉴 구성은 국밥과 순대 등으로 단출하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됐을 정도로 ‘내공’이 있는 식당이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박순례 손말이고기’는 쪽파와 미나리, 깻잎을 소고기로 말아 철판에 구워 만든 요리를 내준다. 소고기 안에 채소가 가득 들어 있어 느끼하지 않고 향긋한 게 특징이다.
광화문 인근에는 디타워, 그랑서울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이 속속 들어섰다. 이 빌딩에도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식당이 많다. 대림빌딩 임직원이 자주 찾는 곳으론 디타워의 브런치 카페 ‘빌즈’, 중국 음식점 ‘차알’ 등이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에는 디타워의 ‘파워플랜트’가 단골 회식 장소로 인기였다. 피자, 맥주 등을 판매하는데 인테리어를 잘해놔 인스타그램 등에 올릴 사진을 찍는 직장인이 많았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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