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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는 CMO처럼 바로 매출을 낼 수 없었다. 약을 개발할 시간이 필요했다. 경영진을 지지해줄 장기 투자자도 있어야 했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당시 서 회장은 장기 주주들을 끌어모았고, 주주들은 서 회장의 비전과 스토리에 지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상장 이후 ‘분식회계설’ ‘임상실패설’ 등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서 회장이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소식에는 공매도가 따라붙었다. 2012년 4월에는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2012년 11월 서 회장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공매도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 회장은 기존 지분을 담보로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소액 주주들도 나섰다. ‘셀트리온 주주모임’ 대표와 서 회장이 만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주주들의 자발적인 모금활동도 벌어졌다. 2016년 공매도에 대응하기 위한 인터넷 모금에는 4097명의 소액 주주가 참여했다. 총 모금액이 2억원에 달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위원회는 “악성 공매도와의 전쟁을 위해 독립군이 군자금을 모으듯 모금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셀트리온 소액 주주들은 이 돈으로 신문에 6회에 걸쳐 ‘악성 공매도 근절 호소문’을 올렸다. 온라인 매체와 주식방송에는 배너 광고를 게재했다.
2017년 소액 주주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507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공매도에 대항했던 전우애’가 한 차원 깊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점(35만4000원)에 근접한 29만~3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아직도 공매도와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JP모간의 ‘목표가 하향’ 리포트에 항의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4일 기준 1만4124명이 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팬덤’에 가까운 셀트리온과 소액 주주의 관계가 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