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들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목적으로 사들인 사업부지의 공시지가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태양광발전시설 부지 중엔 땅값이 100배 이상 오른 사례도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부동산 투기와 땅값 상승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5개 발전공기업(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업부지 공시지가 현황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이 소유한 신재생 사업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최대 240% 상승했다. 한국남부발전이 제주도에 사들인 위미리 태양광 사업부지는 토지 전용 전인 2018년 ㎡당 9200원에서 전용 후인 올해 기준 ㎡당 2만2100원으로 뛰었다(240% 상승). 남부발전의 송당리 태양광 부지도 전용 전 ㎡당 4만7300원에서 전용 후 7만3100원으로 154% 상승했다.
통상 태양광 사업 등을 목적으로 임야나 목장 용지에서 잡종지로 토지 목적이 변경되면 땅값이 오르는데, 발전공기업도 토지전용 허가를 받은 뒤 해당 사업부지의 지가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한국남동발전이 투자한 15곳의 신재생 사업부지 중에서는 9곳의 공시지가가 올랐다. 현재 제주시에 건설 중인 남동발전 어음풍력 부지는 전용 전인 2015년 ㎡당 3만1000원에서 올해 5만9000원까지 90% 뛰었다. 한국중부발전이 운영하는 강원풍력 사업부지도 토지 전용 전후 11.36% 상승했다.
한 의원은 “임야는 땅을 개발할 때 별도로 전용허가를 받아야하는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지만 잡종지엔 식당, 주택 등을 짓기가 수월해 토지 용도만 바뀌어도 시세가 몇 배는 상승한다”며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이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돼왔다”고 지적했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민간 태양광발전시설들의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토지전용허가 전후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의원실이 제공한 산림청의 산지 태양광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용 후 2배 넘게 땅값이 오른 곳이 경기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에 수십여곳이 산재돼있고, 이 중엔 100배 넘게 오른 곳도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농지나 임야를 잡종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 정책이 결국 투기 수요를 부르고 땅값 상승을 유도했다는 게 한 의원실 분석이다. 한 의원은 “태양광 발전이 불러온 투기 광풍이 태양광 부지 가격을 올리면 결국 태양광 발전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2018년 12월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재생 사업이 끝나면 해당 토지를 원래 목적으로 돌려놓도록 지침을 바꿨다.
땅값이 오르면서 예상치 못한 ‘부담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제주도가 농민들을 상대로 감귤원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 감귤 농장에 태양광발전소들이 준공됐는데, 이 사업에 참여한 농민들은 사전 설명이 없었던 개발부담금을 내게 돼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해당 땅의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농민들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부담금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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