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당선이 점쳐진다.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는 오는 16일 중의원에서 차기 총리로 지명될 예정이다.
스가가 아베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인 만큼,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관계에서 변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가 퇴임한 이후에도 외교 측면에서 조언을 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스가 장관, '전체 투표수 70%' 압승 예상
14일 일본 집권 자민당이 총재 선거를 연다. 지난달 28일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수장을 뽑는 자리다.스가 관방장관을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 3명의 후보가 나왔지만, 이미 아베 정권 총리관저의 이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예견된 상황이다. 스가는 자민당 7개 파벌 중 5곳의 지지를 받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2일 스가 장관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전체 투표수의 약 70%를 쓸어 담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총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394명)과 전국 47개 도도부현 지부연합회 대표 당원들(47×3=141명)이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이니치가 국회의원 본인이나 비서, 당내 파벌 간부 등을 취재해 지지표를 분석한 결과 스가 장관이 자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전체의 70%인 300표에 육박하는 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스가 장관과 함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각각 50표 이상, 30표 미만의 국회의원 표를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의 대표 당원 동향 조사에서도 스가 장관이 80표 이상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표 미만, 기시다 정조회장은 10여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즉 전체 535표 중 스가 장관이 약 380표를 받아 압승한다는 게 마이니치의 조사 결과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국회의원 394명 중 392명의 의향을 확인한 결과, 290명(74%)이 스가 장관, 53명(13%)이 기시다 정조회장, 24명(6%)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스가 "아베 정권 기조 이어갈 것"…한일 갈등 심화 우려
예상대로 스가 장관이 당선된다면 기존 아베 정권의 정책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관계가 적어도 몇 년간은 이어진다는 의미다.스가 장관은 지난 8일 자민당 총재 선거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자민당 창당 이래 당의 기본방침"이라며 "확실히 (개헌에) 도전해 가겠다"며 아베 총리가 추진해온 개헌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가 장관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일미(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며 "국익을 지키기 위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미국이 주창한 전략)을 전략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근린 국가와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스가 장관은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일관했다. 스가 장관은 외교 측면에서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며 퇴임 후에도 아베 총리와 지속적인 협력을 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일미(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아시아 국가들과도 일본은 확실히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 한국 등 근린 국가들과 꽤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전략적으로 이런 나라들과 확실히 관계를 구축하는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이 언급한 한국과의 어려운 문제는 한일 갈등 핵심 현안으로 꼽히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 소송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스가 장관이 한일관계의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한일 갈등 심화가 벌써 예견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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