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의 가족 구성원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질 때까지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쓰에 할머니의 연금에 의존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들은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정부가 이들에게 현금을 쥐여줬다면 빈곤을 떨쳐낼 수 있었을까.
세계 각국의 정부와 많은 경제학자는 오랫동안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왔다. 가장 손쉽고 직접적인 방법이 현물 지원이다. 정부에서 매달 생활 보조금을 주거나 상황, 계층별로 일시적인 지원금을 주는 게 대표적이다.
학계에서는 이보다는 간접적인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많다. 교육·의료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던져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현실적이라는 논리와 같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는 저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서 “선심성 정책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빈곤층 복지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간접적인 ‘넛지 효과’를 활용한 지원이 훨씬 효과가 좋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 없이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상대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가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도 적절한 인센티브를 줘 스스로 일하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교수는 빈곤율이 높은 개발도상국에 직접 거주하며 이 이론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빈곤층의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예방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예방 접종을 무조건 독려·강제하는 대신 접종하러 올 때마다 주식인 렌틸콩을 상품으로 나눠줬다. 그 결과 접종률이 5%에서 37%까지 일곱 배가량 오르는 등 큰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이들 부부는 “빈곤층이 왜 저축을 하지 않느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지만 상당수는 은행에 계좌 개설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설립하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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