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바탕으로 조정 검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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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들의 등급 재검토는 그동안 미뤄왔던 무더기 강등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평사들은 올 3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장기 재무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등급 조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진칼(BBB)과 대한항공(BBB+)은 3월 한기평으로부터 처음 ‘부정적 검토’ 평가를 받았으나 6월과 9월에는 두 차례 강등을 유보(부정적 검토 연장)받아 연초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방아쇠’ 발동 우려
신용등급 강등이 본격화할 경우 일부 취약업종 기업은 대규모 채무를 즉시 갚아야 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금융회사와 차입 계약을 맺을 때 이자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신용등급 관련 특약 조항을 집어넣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등급 방아쇠(rating trigger)’로 불리는 이런 조항은 공모 채무증권이 아닌 경우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신용등급 강등(BBB-)에 따라 외국계 금융회사 대출 약 1800억원어치가 즉시상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주요 기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의 일부 공모 채무증권도 이 같은 조항을 담고 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아시아나항공도 일부 유동화 채무(보증) 계약에 신용등급 유지 조건이 붙어 있다. ‘A2-’인 홈플러스는 등급이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2999억원의 임차보증금 유동화증권의 즉시상환 요구에 몰릴 수 있는 처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등급 방아쇠 조항이 발동하면 동반 부도(크로스 디폴트) 조항으로 인해 다른 채무까지 즉시상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