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네 번째로 편성하는 추가경정예산이 영업 중단 조치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한 피해 맞춤형 선별지원에 집중될 것이라고 수차례 예고해 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4차 추경 예산 7조8000억원 가운데 소상공인 등을 위한 피해 지원액은 3조8000억원밖에 안 됐다. 전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4차 추경안을 발표하며 “피해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액수”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남는 4차 추경 예산은 ‘만 13세 이상 통신비 지원’ ‘만 12세 이하 아동돌봄비 지원’ 등에 대거 배정됐다. 통신비는 4640만 명, 아동돌봄비는 532만 명에게 지급된다. 사실상 ‘전 국민 지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30~40대가 많은 혜택을 받는다. 정부가 30~40대 지지율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고려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 피해 지원에 집중하겠다던 4차 추경마저 ‘선심성 돈 풀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논란이 큰 사업이 예산 9000억원을 투입하는 통신비 지원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 만 13세 이상 국민 전부에게 이동통신요금을 2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통신비 지원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도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전액 무료가 훨씬 더 필요하고 긴급하다”며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만 13세 이상 국민 전부에게 통신비 지원을 건의한) 이낙연 포퓰리즘이 다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1조원이면 모든 소상공인에게 30만원씩 지원할 수 있는 생명수 같은 돈”이라며 “응급환자는 외면한 채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주장했다.
고소득 가구까지 아이 1명당 20만원을 뿌리는 아동 특별돌봄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비판과 함께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엔 1조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변동이 없는 가구까지 지원하면 소비 심리를 자극해 외부 활동이 늘고 코로나19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이 예산을 소상공인 피해 지원액을 높이는 데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당초 7조원대 중반으로 예상됐던 4차 추경 규모가 7조8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은 이처럼 포퓰리즘 사업들이 포함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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