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식대로 그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상식과 예절, 바로 이것이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의 핵심입니다.”
1977년 2월, 로널드 레이건이 어느 연설에서 한 말이다. 보수주의는 생업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세계관이자 인생관의 한 부분이란 뜻이다. 그는 또 “보수주의의 지혜와 원칙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뿐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서 뭔가를 기꺼이 배우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며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모든 것을 근거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1981년 미국 제40대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보수주의 이념을 현실 세계에 가장 잘 구현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미국 그로브시티칼리지의 정치학 교수인 폴 켄고르의 《레이건 일레븐》은 레이건 전 대통령과 그의 보수주의 원칙을 생동감 넘치는 글로 담아냈다.
이 책은 단순히 보수주의 원칙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활 속에서 보수주의 원칙들을 자기 삶의 기둥으로 삼는 방법을 다룬다. 그 중심엔 ‘레이건 보수주의의 11가지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은 크게 4개 분야로 구분된다. 보수주의 가치관과 보수주의의 기본 정책 기조, 보수주의의 기본 자세, ‘강력한 미국’을 지향하는 보수주의 정치인의 태도다.
‘자유’ ‘신앙’ ‘가정’, 그리고 ‘인간 생명의 신성과 존엄성’은 보수주의 가치관을 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자유는 보수주의 핵심 가치이고, 신앙은 그 가치의 원천이다.
보수주의의 기본 정책 기조 관련 원칙은 네 가지다. ‘낮은 세금’과 ‘제한된 정부’는 보수주의의 국내정책을, ‘강력한 국방’과 ‘반공주의’는 보수주의 대외정책을 말한다.
‘개인에 대한 믿음’은 보수주의의 기본 자세를 말한다. ‘미국 예외주의’와 ‘국부들의 지혜와 비전’, ‘힘을 통한 평화’는 강력한 미국을 지향하고자 하는 보수주의 정치인으로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원칙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이 수록돼 있다.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유는 소멸되기까지 결코 한 세대보다 멀리 있지 않다. 자유는 계속해서 싸워내고, 지켜내고,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힌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인들만큼은 속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책과 함께 배리 골드워터가 1960년 펴낸 《보수주의자의 양심》도 같이 읽으면 누구든 보수주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골드워터는 미국의 상원의원이자 레이건 전 대통령 행정부 출범의 밑바탕을 마련한 인물이다.
혼란스러운 시대 등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철학서다. 반듯함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공병호 < TV·공병호연구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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